척과천 연어에 대한 단상
척과천 연어에 대한 단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1.04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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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때보다 가을이 풍성하다. 온 마을이 어깨가 처지도록 감이 주저리 달린 감나무들로 온통 주홍빛이다. 추수가 끝난 들에는 짚걷이로 분주하고, 밭에는 무 배추가 김장 채비에 들어갔다. 집집마다 처마 밑이며 창고가 수확물로 넘친다.

올 가을은 여느 해보다 반가움이 하나 더 늘었다. 마을 앞을 흐르는 척과천에 처음으로 연어가 올라왔기 때문이다. 모천인 태화강 중류인 범서 선바위 일대로 향하던 연어가 길을 잘못 들였는지, 아니면 지류인 샛강에 새로 터전을 잡기 위한 모험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척과천에 연어가 올라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을의 큰 화제였고 경사로 받아 들여졌다. 더군다나 시간이 갈수록 숫자가 수십 마리로 늘어나고 산란까지 하였으니 관심은 더욱 커져갔다. 때문에 인터넷을 검색하며 연어의 생태와 회유에 대해 나름의 정보를 제공하고 나누는 등 연어는 이 가을의 마을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흥미로 자리 잡으면서 몇 가지 의견이 나왔다.

척과천이 유입수량이 부족한데다 중류에서 하류까지가 사토질인 건천이라 가뭄에 약해 수량이 문제다. 현재는 지난여름부터 비가 잦아 다행히 수량이 괜찮지만 날이 가물면 쉽게 강바닥이 마르기 때문에 자칫 연어 부화 여부가 걱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척과천 상류의 반용저수지, 녹동저수지 등의 물을 조절해 최소한 알이 부화하기까지라도 방류해야 된다는 방안과 지하수 또는 가까운 삼호교 부근 태화강 물을 임시로라도 끌어올려야 한다는 방안이 대두되었다. 거기에다 또한 혹시 모를 오폐수와 쓰레기가 척과천으로 유입되는 것을 철저히 막고 감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놀라운 일이다. 평소 농사만 짓고 사는 지극히 평범한 마을 사람들이지만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연어에 대한 관심은 남달랐다.

이에 대해 관할 중구청과 울산시에서는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 자못 궁금하다. 태화강의 맑고 깨끗한 환경만 홍보할 게 아니라, 해마다 이곳을 잊지 않고 찾아온 연어가 안전하고 탈 없이 알을 부화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번 척과천 연어는 또 다른 특징이 있다. 중구 다운동의 주택가라는 사실이다. 집안에서도 눈에 띌 정도로 우리의 삶과 너무나 밀접해 있다. 마치 커다란 수족관을 보는 것 같다. 역동적이고 활기찬 몸짓과 튀어 오르는 물소리를 생생하게 볼 수 있고 담을 수 있다.

근래에는 척과천 하류 뿐 아니라, 다운아파트 옆 수중보 아래 어로를 거슬러 중류까지도 목격되었으며, 이미 산란을 마치고 생을 마감한 연어도 수십 마리 목격되었다. 결국 이번 회유는 우연이 아닌, 산란하기에 매우 적합한 환경을 갖추었다는 명백한 증거다.

하루 빨리 대비책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이 마르기 전에 미리 서둘러야 한다. 물지게라도 지고 물을 퍼 나르자는 마을의 어느 어르신의 말씀을 농담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 오늘의 태화강 환경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울산시 행정의 노력과 시민들의 협조, 그리고 혈세로 이루어낸 눈부신 성과이며 우리의 자랑이며 자부심이다. 이를 찾아준 연어는 축복이요, 우리의 미래이며,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자연유산이다.

오늘따라 척과천 물소리가 유난히 곱다. 은빛을 수놓으며 바다로 향하는 처연한 걸음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 역시 지금의 고향의 가을처럼 더도 덜도 말고 늘 이랬으면 좋겠다. 물소리 바람 소리가 끊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년에도 그 후년에도 연어가 다시 찾아주었으면 참 좋겠다. 해마다 이맘때면 대처로 떠난 마을 사람들을 기다리듯이 연어가 척과천 사람들의 기다림이었으면 좋겠다. 이 가을의 긴 그리움이었으면 좋겠다.

<김종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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