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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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1.04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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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스마트 폰 전성시대이다. 이것 없이는 정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우리의 일상 구석구석에 스마트폰이 스며들어 있다. 스마트 폰의 역사는 20년이 넘는다. 초기에는 이름 그대로 ‘똑똑한 전화기’로서 전화번호부, 일정관리 등 기존의 이동전화기에 통화 도움을 주는 기능이 추가된 정도였다. 그런데 2009년 아이폰 3GS 발표를 계기로 기능에 큰 변화가 일어나면서 폭발적인 관심을 끌게 됐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사실들이 발견되고 있다.

첫째, ‘스마트 폰’이라는 이름은 엄밀히 말해 틀린 단어이다. 이것이 가지고 있는 기능 중 통화 기능은 극히 일부분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인터넷, SNS, 게임 등은 컴퓨터 기능이다. 이건 ‘스마트 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름을 계속 쓰는 이유는 뭘까?

아직도 컴퓨터를 매우 어려워하고 자신과는 상관없는 물건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꽤 있다. 짐작컨대 그들은 이미 휴대폰 사용에 익숙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똑똑하고 편리하더라도 ‘컴퓨터’이기 때문에 구입을 주저할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 폰’이라면 ‘전화기’이기 때문에 큰 거부감이 없고 상당한 편리함이 추가되었기에 기꺼이 큰돈을 지불하여 구입하는 것이다. 따라서 판매자 입장에서는 ‘스마트 폰’이라는 이름이 훨씬 유리할 것이다. 이렇게 이름 하나에도 판매자들의 거대한 마케팅 전략이 숨어있다.

둘째, 기존의 전화기나 컴퓨터에 없던 ‘앱’ 또는 ‘어플’이라 불리는 개념이다. 이것은 사용자나 개발자 양쪽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 기존의 폰에서는 사용자가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기능만 사용할 수 있었고 개발자들도 제조사에만 국한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근본적으로 변했다. 개발자들은 제조사와 별도로 독자적인 기능을 개발할 수 있고, 사용자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앱을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또 앱의 개발도구가 매우 쉬워지면서 지금은 약간의 교육만 받으면 누구든지 개발자가 될 수 있다.

셋째, 스마트 폰에서 주고받는 내용이다. 흔히 컨텐츠라고 불리는데 지식, 음악, 게임, 스포츠, 문학 등 일상생활에서 겪는 모든 것들이 포함된다. 컨텐츠의 작성과 보급이 스마트폰을 통해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이에 따라 기존의 컨텐츠 보급체계가 약화되고, 개인의 창의성이 빛을 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2012년 단시일 내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강남스타일’이 하나의 전형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넷째, 이에 따라 인류생활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기능’과 ‘컨텐츠’에는 어떤 일정한 틀이 없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가능하다. 이것은 지역, 국가, 인종, 문화, 세대 등 인류의 모든 경계를 무너뜨린다. 2015년까지 사용자가 25억명으로 늘어나는 등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고 앱과 컨텐츠에 대한 성공스토리가 점점 많아지면서 개발자들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이것은 인간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이미 조성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제까지 인류가 겪었던 농업혁명, 산업혁명, 정보혁명의 정도와 범위를 훨씬 뛰어넘는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좋든 나쁘든 이미 현재 진행형이다. 이러한 상황을 선도하려면 창의적인 발상이 필수적이다. 또 앱과 컨텐츠를 개발하려면 이를 소비하는 인류에 대해 다양하고도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라도 우리는 인문사회학적인 소양이 더욱 풍부해져야 한다.

<고재문 울산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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