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연수에 대한 생각
해외연수에 대한 생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1.02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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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연말이 가까워지면 지방의원들은 마음이 설렌다. ‘공무국외여행’ 혹은 ‘해외 선진지 견학’ ‘국외연수’ ‘해외연수’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외국여행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예산도 필요한 만큼은 잡혀 있겠다, 집행부의 1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의도 이미 마쳤겠다, 걸림돌은 없어 보인다. 잔뜩 쌓인 스트레스도 풀 겸 한결 홀가분해진 기분으로 잠시 바깥바람 좀 쐬고 오겠다는데 감히 누가 말릴 것인가? 6대 지방의원들은 지난달 말과 이달 초, 그런 심경으로 외국 여행을 떠났다.

그 속에는 해외연수 중인 대구시의회 의원들도 있고, 해외연수를 막 마치고 돌아온 울산시의회 의원들도 있다.

대구시의원들의 외국 여행은 언론으로부터 좋은 점수를 얻었다. 대구일보 윤 모 기자는 지난달 30일자 기사에서 “대구시의원들의 해외연수가 투명해졌다”면서 “관광성 비공개식 연수에서 탈피해 연수 일정과 방문 목적을 공개해 예년과 달라진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달았다.

이전의 지방의회 해외 연수가 관광성 일정 등으로 곱지 않은 시선 속에 ‘묻지마식 비공개’로 이뤄졌다는 점도 떠올렸다. 짐작컨대, 그들은 으레 그랬던 모양이다.

윤 기자가 만약 울산지역 신문기자였다면 울산시의원들의 이번 해외연수를 어떻게 평가했을까? 외국여행을 떠나기 전 대구시의원들 못지않게 투명한 자세로 임했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울산시의회의 경우 4박5일의 해외연수에 교육위원회는 빠졌다. 그럴 만한 속사정이 있어서다. 이와는 달리 나머지 3개 상임위원회는 계획을 밀어붙였다. 행정자치위원회와 산업건설위원회는 호흡을 맞춰 국명 앞머리에 ‘CHINA’가 붙는 홍콩, 타이완, 마카오를 다녀왔다. 환경복지위원회는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와 신행정수도 푸트라자야를 둘러보고 왔다.

윤 기자에게 비교평가를 맡긴다면 ‘선진 우수사례 견학’ 프로그램이 상대적으로 많은 환경복지위원회의 손을 들어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3개 상임위원회 모두 ‘적기에 이뤄진 적절한 해외연수’의 평을 듣기는 힘들 것 같다. 13일부터 집행부에 대한 행정사무감사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공무국외연수가 참으로 투명했다고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으려면 그 뒤처리도 매끄러워야 하는 법이다. 한데도, 외국여행 다녀온 울산시의원 어느 누구 하나 여행보고서 써낼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하소연들이다. 행정사무감사 준비를 이유로 내세운다. 그럴 바엔 한 해 '의정농사'가 끝나는 12월 하순으로 늦추는 것이 좋을 뻔했다.

들리건대 ‘CHINA’ 쪽 일정은 무척 빡빡했던 모양이다. 야시장 한 번 마음 놓고 다녀오기가 힘들 정도로 빠듯했다는 뒷말이 단적인 증거다. 게다가 울산서 곧잘 하던 술잔 강요하기는 어찌하여 외국 가서도 기승을 부려야 했단 말인가. 사실이라면, 이른바 ‘폭탄주 애호가’들은 차제에 가슴에 손을 얹고 깊이 반성할 일이다.

오랜 추억들이지만 필자도 지방의원들이나 상공회의소 회원 혹은 기자협회 회원들과 어울려 중국, 말레이시아, 유럽 6개국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그때마다 얻은 결론은 학생이든 공무원이든 지방의원이든 해외 견문은 넓힐수록 유익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때와 방법을 잘 가리지 못한다면 '관광성 외유' 핀잔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만 같다.

<김정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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