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예찬
영남알프스 예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0.29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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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알프스의 아름다움은 사철 빼어나지만 그래도 백미를 꼽으라면 가을철의 억새 풍경일 것이다.

영남알프스의 억새평원을 연결해 울산시가 조성한 길이 ‘하늘억새길’이다. 5개 구간으로 나뉜 이 길 가운데서도 제1구간인 ‘억새바람길’과 제3구간인 ‘사자평 억새길’이 국내 최고의 억새 명소이다.

‘억새바람길’은 간월재-신불산-신불재-영축산을 잇는 4.5Km 구간이다. 낙동정맥(洛東正脈)의 마루금이기도 한 이 구간은 끝없이 펼쳐지는 억새평원이 가을이면 장관을 이룬다. 억새는 순광보다는 역광으로 보는 것이 훨씬 아름답다. 억새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산행 코스를 북쪽인 간월재에서 남쪽인 영축산 쪽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

‘사자평 억새길’이야말로 발군의 억새 명소이다. 재약산과 천황산 정상을 잇는 능선 주변의 평원을 ‘사자평’이라 부른다. 억새평원이 마치 사자의 등에 난 갈기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자평에서 바라보는 간월산과 신불산의 원경도 일품이다.

국내에서 산악 억새 명소로 꼽히는 곳이 이곳 말고도 몇 군데 더 있다. 경기도 포천의 명성산, 강원도 정선의 민둥산, 전라도 영암의 월출산과 장흥의 천관산 등이 억새를 자랑거리로 내세우고 있다. 이곳에 오른 등산객들도 탄성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울산사람들은 다르다. 영남알프스의 억새 풍광에 익숙한 울산 사람들의 눈높이에는 못 미치는 것이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산줄기 체계는 산맥 개념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인 지질학자가 구분해 놓았다는 개념이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별도의 산줄기체계를 설정하고 있었다. 국토의 10대강 유역을 가름하는 분수 산맥을 기본으로 설정한 것이다. 백두대간을 중심축으로 하나의 정간(正幹)과 13개의 정맥으로 갈랐다.

가지산에서 능동산, 배내봉,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을 잇는 마루금은 강원도 태백의 구봉산에서 부산 다대포의 몰운대까지 이어지는 낙동정맥에 속한다. 산맥개념으로는 태백산맥이다. 낙동정맥은 낙동강의 동쪽 분수령이라는 말이다. 낙동정맥의 마루금에서 서편으로 흐르는 물은 낙동강으로 모아지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이다. 낙동강은 백두대간의 남서편, 낙남정맥의 북편으로 흐른 물들이 모아져 형성되는 것이다. 낙동정맥 영남알프스 구간의 마루금에서 동편으로 흘러든 물은 대체로 태화강으로 몰린다. 태화강의 서쪽 분수령인 셈이다. 영남알프스 마루금 서쪽 사면에서 솟아나는 샘들이 태화강의 발원지인 것이다.

태화강을 ‘울산의 젖줄’이라는 표현에 무리가 없다. 울산은 태화강 유역을 삶의 터전으로 삼은 고장임에 틀림없다. 울산이 공업센터로 선정된 것도 태화강의 풍부한 수자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태화강이 ‘울산의 젖줄’이라면 그 발원지인 영남알프스는 ‘울산의 모태(母胎)’라 할 수 있다. 울산시가(市歌) 첫머리에 가지산이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언제부터인지 이 지역의 산들을 한데 묶어 ‘영남알프스’라 불렀다. 어느 한 봉우리를 특정해 이름을 붙이기보다는 이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명칭이 필요했던 것이다. 한때는 이 명칭이 국적불명이라고 해서 바꿔보려는 노력도 보였다. 하지만 ‘영남알프스’라는 명칭은 이미 세상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굳혀졌다.

지금은 명칭을 바꾸려 하기보다 오히려 ‘알프스’라는 명칭을 공유하는 외국의 지역들과 상생의 길을 찾고 있다.

울산의 모태이자 지역 최대의 관광자원인 영남알프스에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강귀일 취재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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