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극복, 정책과 현장 괴리감부터 줄여야
저출산 극복, 정책과 현장 괴리감부터 줄여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0.29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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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만 되면 자녀를 믿고 맡길 곳을 찾느라 부모들이 분주하다.

특히 요즘처럼 맞벌이 부부가 많고 한두 명의 자녀만 낳아 키우는 가정에서는 무엇보다 아이들의 보육문제가 가장 큰 관심거리다. 하지만 지역 민간·가정어린이집의 상황은 부모들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정부의 보육료 지원 문제를 두고 운영악화를 호소하는 지역의 민간·가정어린이집들의 반발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다.

쟁점은 정부가 3조 9천억원에 달하는 유치원·어린이집 보육료(누리과정)를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예산으로 편성할 것을 요구하자 교육청이 내년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 전액을 편성하지 않기로 반발하고 나선데서 비롯됐다. 울산의 경우 내년 누리과정 예산은 약 980억원인데 이 가운데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은 464억원에 달한다. 교육청이 보육료 예산 편성을 하지 않을 경우 결국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학부모들의 부담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최근 국회에서는 내년도 보육료 예산동결 안까지 제출돼 민간·가정어린이집들이 직격탄을 맞을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러다보니 울산민간어린이집연합회가 수일째 지역 국회의원사무실 입구에서 1인시위에 나서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문제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움직임마저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지역 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중단 방침을 천명함으로서 학부모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이로 인해 내년 민간·가정어린이집의 입소를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민간·가정어린이집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민간·가정어린이집은 무엇보다 불합리한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5년간 보육료가 동결돼 어린이집 운영이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고 정원 외 소수를 더 입학시키는 초과보육마저 허용되지 않아 교사들의 처우 역시 열악한 상태란 게 그들의 주장이다.

또 유치원이나 국·공립어린이집과 달리 민간·가정어린이집은 운영과 규모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음에도 연간 혹은 분기별로 교육청,시청, 구·군청의 교차 감사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어 사실상 1년 내내 감사를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주장도 내 놓고 있다. 따라서 이런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은 1.19명, OECD 28개국 중 최하위 수준인 27위다. 이처럼 우리나라 출산율이 세계 최하위권인 이유는 무엇보다 가임기인 20~30대 여성들의 상당수가 자녀 양육에 따른 경제적 부담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세부적으로 따지면 맞벌이를 해야 할 경우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도 저출산을 부추기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따라서 정부가 저출산 극복을 위해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양육수당을 지급하고 있지만 이번 민간·가정어린이집 사태와 같은 현장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국가정책과 현실 사이에 괴리감만 점점 더 쌓여갈 게 분명하다.

유치원과 국·공립어린이집의 부족한 수요를 메우는데 민간·가정어린이집의 역할은 매우 큰 몫을 차지한다. 때문에 이들 민간·가정어린이집의 어려움을 ‘나 몰라라’ 하는 것은 결국 국가가 가진 보육과 양육의 기본적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와 교육청 모두 저출산의 심각성만 되뇌일 것이 아니라 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현실적으로 적용되고 실행되도 있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점검해 봐야 한다. 정책과 이를 실행하는 현장의 괴리감을 줄이는 것이 올바르고 건강한 정책실현의 과정이다.

<김순점 중구의회 행정자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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