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문현답’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우문현답’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 정종식 기자
  • 승인 2014.10.2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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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숙자 강남 교육장… “교육청의 정책 파급 효과 내는게 지원청의 일”
 

그는 현장을 가장 중요시 한다. 그래서 직업관도 ‘우문현답’이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것이다. 그의 인생관은 ‘덕불고 필유린’이다. 덕이 있으면 외롭지 않고 따르는 친구와 이웃이 있기 마련이라는 뜻이다. 이 둘을 합친 게 그의 삶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40년 동안 현장에서 답을 찾고 덕을 베풀어 친구와 이웃이 따르게 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한숙자 강남교육장(사진)은 1974년 교직에 첫발을 들여 놓았다. 한 교육장은 지난달 1일 교육연구정보원장에서 강남교육지원청으로 자리를 옮겼다.



장생포 초등학교 교장으로 있을 때 그가 즐겨 사용하던 ‘문자’는 ‘소화제’다. 소통과 화합이 제일이라는 뜻이다. 우문현답, 덕불고 필유린, 소화제 등에서 보듯이 그의 말 곳곳에 현장 감각이 녹아 있다. 지원청이 해야 할 일이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교육청의 정책을 파급시키고 효과를 내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너무 직업 쪽으로 쏠린다는 생각이 들어 강남 교육장으로서 해야 할 일은 뭐냐고 물었다. 인성교육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학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양자는 상호보완적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인성이 올바르지 않는 아이가 어떻게 공부를 잘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안전’이야기도 했다. 폭력 없고 시설적으로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또 학교현장을 돌아보니 안전사고에 대비해 매뉴얼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더라고 했다.

하지만 한 교육장의 진면모는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조금씩 드러났다. 장생포 초등학교 교장시절 그는 모 중학교 교장으로부터 심한 핀잔을 받았다고 한다. 어느 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남구 모 중학교 교장이 장생포 초 교감에게 전화를 걸어 “장생포 초 아이들 때문에 못 살겠다. 그 쪽 애들이 성적을 까먹는 통에 전체 학력이 형편없이 떨어진다”며 불만을 토로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자존심이 몹시 상한 한 교육장은 그 때부터 주위 인적자원을 최대한 활용키로 마음먹고 소위 ‘인재 풀’ 계획을 시작했다. 인근 해경부대에 복무하고 있는 명문대 출신들을 불러왔고 기업체에 있는 고급 인력들에게도 SOS를 보냈다. 그렇게 구성된 고급 두뇌들을 동원해 전교생 80여명에게 1대1 맞춤형 교육을 실시했다. 그 결과 2년 만에 큰 성과를 냈다. 당시 4, 5학년이던 박소영, 이정은 양이 야음중 전체 1, 2등으로 입학한 것이다. 지금은 그들 모두 울산외고에 재학중이라고 한다. 특히 이정은 양은 지난해 대한민국 인재상까지 받았다. 이 일화는 EBS의 ‘행복한 학교’에서 ‘달려라 정은아’로 방영돼 대단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내가 어려워 봐서 어려운 사람 심정을 잘 안다”고 했다. 그는 36세부터 혼자 1남1녀를 키우느라 무진 고생을 했다. 그가 아이들에게 남다른 애정을 갖는 것도 그의 삶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금도 일찍 세상을 떠난 시누이를 대신해 조카 둘을 키우고 있다. “나는 어려운 아이들을 돌보도록 타고 난 것 같다. 그래서 소명의식을 느낀다”고 했다. 장생포초 교장시절엔 누가 선생이고 누가 학부모인지 헷갈려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아침에 교장실로 전화가 온다. 아이가 아침밥을 못 먹고 갔으니 좀 챙겨달라는 것이다. 어렵게 사는 맞벌이 부부들이 종종 그런 부탁을 하곤 했다”며 그는 이야기 도중 잠시 회상에 젖었다. 그렇게 부탁을 받으면 그 아이를 불러다 라면을 끊여 먹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한 교육장은 학부모와의 관계 등 교육현장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한다.

교사 박봉으로 어린 자녀들을 키우며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그는 일찍부터 문인화에 몰입했다. 고단한 삶을 잠시 잊기 위해 그랬을지도 모른다. 한 교육장은 그림에 몰두하다보면 자신이 맑아짐을 느낀단다. 그는 지금도 문인화 초대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장생포초, 호계초는 한 교육장이 교장으로 있을 때만 해도 어려운 주민들의 자녀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 아이들을 보듬어 안으려면 올바른 가치관과 맑은 정신이 필요하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그런 한 교육장이 교원공제회로부터 한국교육대상을 받은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교육대상은 수상 대상자 몰래 심의위원들이 실사를 나와 내용을 샅샅이 확인할 정도로 수상자 선정이 까다롭다. 장생포 초 교장으로 있으면서 학습부진아들의 성적을 향상시킨 것, EBS 교육공모 수기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것, 전국 광역시 교육청 가운데 최초로 1교 13사 협약을 맺은 것, 초대작가로서 문인화를 보급한 것 등을 그는 수상배경으로 꼽는다.

한 교육장은 문인화를 통해 태화강을 전국에 알리는데도 적지 않게 기여했다. ‘태화강변의 사계(四季)라는 주제로 2010년, 2013년 개인전을 열었다. 그는 자비로 도록(圖錄)을 만들어 전국에 배포했다. 그는 스스로 ’태화강 알림이, 전도사‘라고 자칭한다. “박맹우 전 시장이 태화강을 살리려고 무진 애를 쓰지 않았느냐. 미미한 힘이지만 일조해야겠다는 마음에서 그림을 그려 널리 보급했다”며 “태화강을 생태강으로 계속 보존해야 한다”고도 했다.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없느냐고 하자 그는 ‘야단법석론’을 들고 나왔다. 아이들 교육은 교육청에만 맡기지 말고 동네 전체가 떠들고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지자체, 교육청, 학교, 학부모가 모두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기 때문’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현장문제 가운데 하나가 지자체의 전폭적인 예산지원이란 말도 덧붙였다. 글=정종식 기자·사진=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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