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켜켜이 쌓인다
그리움은 켜켜이 쌓인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0.27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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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진달래가 피면 아버지가 더욱 생각이 난다.

봄이 손님처럼 찾아와 뒷산이 붉게 물들면 아버지는 마대자루를 들고 산으로 간다. 가족이 화전(花煎)놀이를 하는 날이다.

어머니는 진달래꽃으로 화전을 만들었지만 아버지는 자루에 가득 따온 진달래를 장독에 넣고 술을 만들었다.

진달래술이 익으면 아버지는 술을 드시고, 우리 형제들은 흰색으로 변한 진달래를 먹고 술이 취해 비실비실 웃으며 술의 위력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내가 아버지가 되어 술을 만들지만 아름다웠던 그 시절로 돌아가지는 못한다. 그래도 진달래꽃이 피면 저절로 술을 담그게 된다.

아버지는 무슨 생각으로 진달래로 술을 담갔는지 궁금해진다. 나처럼 아버지가 보고 싶어서 그랬을까?

이 가을, 두견주를 앞에 두고 가만히 다가오는 가을을 쳐다본다.

글·사진=김봉대(옹기종기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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