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회-9. 가자 관산성으로(9)
101회-9. 가자 관산성으로(9)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0.27 21: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따라서 남부여(백제) 연합군은 식장산과 이백산성, 그리고 고리산(환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서 신라군과 마주보도록 병력을 배치하였다. 다라국(합천 가야) 진파라 하한기는 고능파 장군이 이끄는 가라(대가야, 고령)군 병력과 함께 이백산성에 병력을 주둔시켰다.

주둔 삼일 만에 작전 명령이 하달되었다. 가라와 다라, 그리고 아라(함안가야)군으로 구성된 가야 연맹군은 남부여 주력 부대와 합류하여 사비에서 관산성으로 나아가는 요충지에 있었던 진성(珍城, 금산군 진산면)을 공격하라는 작전 명령이었다.

진파라가 이끄는 다라군은 가야 연맹군의 좌선봉에 서고 아라군이 우선봉에 서서 진성(珍城, 금산군 진산면)으로 돌진해 갔다. 탄현성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병사들은 용감하게 차고 나갔다. 방심하고 있던 신라군을 습격하여 크게 승리를 거두고 성을 빼앗았다. 살아남은 신라군은 달아났다. 첫 전투는 대승이었다.

좌우 선봉대에 서서 첫 승리를 거두고 적진의 성까지 빼앗은 가야 연맹군은 매우 고무되었다. 사기가 오른 남부여군 주력 부대와 가야 연맹군, 그리고 왜군은 여세를 몰아 진군하여 관산성 주변을 공격하여 관산성 공격의 진로를 확보했다. 그리고는 조용히 때를 기다렸다.

그 동안 여러 차례 작전회의가 열렸다. 가라의 고능파, 그리고 아라의 장군과 함께 진파라는 성왕의 아들 부여창이 주제하는 작전회의에 참석했다. 진파라는 부여창으로부터 관산성 전투에서 공격 방향과 역할을 부여 받았다.

겨울로 접어들면서 한파가 닥쳤다. 첫눈이 오고 나서 온 산천이 꽁꽁 얼어붙었다. 신라군도 성문을 걸어 잠그고 움직이지 않았다. 부여창이 마침내 칼을 뽑았다. 12월 9일 유시(酉時), 온천지가 어둠에 싸이자 부여창의 공격 명령이 떨어졌다.

“관산성을 공격하라. 화공으로 성문을 뚫고 들어가 성을 불태우고 적군은 씨도 남기지 말고 전멸시켜라.”

명령에 따라 왜군이 선봉대에 나서고 그 다음에 가야 연맹군, 그리고 남부여군 주력 부대가 뒤를 따랐다. 왜군 선봉대는 어둠을 틈타 성문 앞까지 진격해 가서 성문을 불태웠다. 그리고 대대적인 화공을 퍼부었다. 성은 불길에 휩싸였다. 진파라 하한기가 이끄는 다라군의 병력은 왜군의 뒤를 따라서 동문을 통해 성안으로 들어갔다. 다라국 병력은 신라의 각간 이덕이 이끄는 주력부대와 격돌했다. 그리고 서문으로 들어간 남부여군은 이찬 탐지가 이끄는 신라군과 맞서 싸웠다. 신라군은 우왕좌왕했다. 그리고는 힘없이 무너졌다. 저항하는 잔여 병력들은 밤이 깊을 무렵 섬멸되었다.

연기와 화염에 싸인 가운데 성안에 널브러진 신라 군병들의 시신이 발에 밟혔다. 하룻밤 사이에 신라의 주력부대를 섬멸시키고 성을 빼앗은 부여창은 각국의 지휘 장수들을 불러 전공을 치하하고 술과 고기를 내렸다. 진파라 하한기는 부여창이 권하는 술을 한 동이나 마시고 술잔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부여창이 진파라 하한기의 등을 두드리며 격려했지만 진파라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글=이충호/그림=황효주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