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거리, 완장 그리고 갑질
패거리, 완장 그리고 갑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0.26 20: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려할 만한 일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패거리, 완장 그리고 ‘갑(甲)질’이 고개를 들고 ‘승자독식(勝者獨食)의 논리’가 득세하는 판이다. 울산광역시의회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객관적으로 계량화하기는 힘들다. 주관적인 해석으로 치부해도 할 말이 없다. 반론이 있을 수 있고, 그 반론을 환영한다. 공론화의 장을 열어 보자는 뜻도 있다.

지난 7월 제6대 개원(開院) 초기, 광역시의회에는 되돌리고 싶지 않은 영상 기록물들이 쏟아졌다. 원(院) 구성을 둘러싼 진통이었고, ‘옥동자를 순산하기 위한 산고(産苦)’로 표현되기도 했다. 의회 속기록은, 이 때문에 의장 임기가 그 달 중순부터 시작됐노라 증언한다.

그로부터 석달 열흘. 기대가 아쉬움으로 변하는 게 아니냐는 안타까운 소리가 터져 나온다. 실루엣 같아 보이던 ‘패거리 정치’의 조짐이 다시금 엿보이고 ‘완장의식’이 되살아나고 ‘갑질’이 기승을 부린다는 하소연이다. 그 소리는 단수가 아닌 복수의 모습이다. 감성(感性)이 이성(理性)을 누르기 시작한 것을 의미한다.

이른바 ‘갑질’이 ‘원전 특위’ 구성 과정에서 가장 또렷이 나타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위 활동을 간절히 바란 일부 의원들의 참여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가로막혔고, 위원장 자리에는 ‘완장의 논리’가 작용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흥미로운 공통점이 하나 있다. 특위 참여가 차단되거나 위원장 자리에서 밀려난 의원 대부분이 문제의식 강하고 입바른 소리 잘하는 소장파란 사실이다. 원 구성 당시 갑(甲) 아닌 을(乙) 편에 줄을 섰다가 ‘눈 밖에 난’ 이도 섞여 있다.

도대체 갑(甲)은 누구이고 을(乙)은 누구란 말인가. ‘갑(甲)’ 쪽 인사로 광역시의회 의장 옹립에 공을 세우거나 묵시적으로 동의한 의회운영위원장, 교육위원장, 원전특위 위원장을 손꼽는 이들이 있다. 바꿔 말하자면 지난 7월 원(院) 구성 당시의 승자(勝者) 그룹 인사들이란 얘기다. 물론 이러한 분류를 시도한 광역시의회 안팎의 인사들은 ‘주관적 판단’이란 단서를 빠뜨리지 않는다.

이 대목에서 처신 하나 참 이해하기 힘들다고 손가락질 받는 인사가 있다. 모 상임위원회 위원장이다. ‘비리의 복마전’으로 낙인찍힌 광역시교육청 학교시설단의 잘잘못을 캐기 위한 특위 구성 요구를 끝내 거부했던 인사다.

그런 장본인이 원전특위 위원 자리는 어인 일로 스스로 꿰찼나? 그것도 상임위원회별로 하나뿐인 원전특위 위원 자리에 제발 앉게 해 달라고 애원하다시피 하는 소장파 의원의 입을 ‘위원장’ 이름으로 모질게 틀어막으면서…. 호사가들 중에는 그렇게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호사다마라 할까? 특위 구성 직후 구설수에 오른 그 주인공은 왜 아무 연락도 없이 밀실 처리를 했느냐며 따지는 또 다른 소장파 의원에게 멱살까지 잡히는 수모를 겪었다는 후문도 들려온다.

추적하다 보면 ‘우려할 만한 일들’이, 비록 일부라 할지라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들임을 깨닫기도 한다. 그 책임의 꼭짓점(頂点)에는, 본인의 착한 성정이나 순수함과는 상관없이, 광역시의회 의장이 앉아 있다. 그래서 감히 권하고 싶은 조언이 몇 가지 있다.

지금부터라도 당장 ‘패거리, 완장 그리고 갑질’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 보시라는 조언이 그 첫째다. 바깥 행사장에 얼굴 내미는 ‘의전용(儀典用)’ 의장직 수행 횟수를 줄여 외치(外治)보다 내치(內治)에 더 신경을 쓰셨으면 하는 조언이 그 두번째다. 그 세번째는 본회의 인사말 원고에 집행부 격려의 말만 올라오고 따끔한 충고는 왜 빠지는지, 그 연유도 스스로 알아보시라는 조언이다.

<김정주 선임기자>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