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디자인
노인을 위한 디자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0.23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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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여삼추라는 말이 있다. 짧은 시간도 3년처럼 길게 느껴진다는 뜻으로 애타게 뭔가 기다리는 마음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인생은 무상하게도 징검다리 건너가듯 성큼성큼 지나간다. 나이를 들지 않는 사람은 없다. 중요한 사실은 지금은 젊은 사람도 언젠가는 나이가 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수긍하지 않으려는 마음은 누구나 같으리라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는 세계 1위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 비율이 7%를 넘긴 것이 2000년인데 2018년이 되면 14%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 18년 사이에 노인 인구 비율이 두배 성장하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9년 기준 한국인 수명은 80세이다. 2007년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 IS)가 세계주요 20개국을 대상으로 고령화 대비 소득 적절성 치수를 발표했는데 우리는 19위, 고령화 대비 재정 지속 가능성 지수는 12위에 그쳤다.

옛날에 비해 수명은 늘었는데 은퇴 시기는 빨라지고 노후대책은 미흡하여 불안감으로 다가오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노후에 대비해 경제적으로 충분한 여력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것이 노후를 위한 대책의 전부는 아니다. 경제적인 풍요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고령화 사회를 위한 좀 더 폭넓은 관점에서의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노인을 위한 디자인’은 어떤 것일까?. 자연스럽게 노인들을 위해 고안된 제품을 말한다. 나이가 들면 몸이 불편해지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디자인을 통해 바뀔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필요는 발명을 낳는다’고 했다. 노인들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그들이 제일 잘 안다. 요즘은 노인들이 건강하고 편리하게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과 제품들이 새롭게 디자인되고 있다.

스위스의 ‘시니어 디자인 팩토리’는 노인들의 일반적인 취미 생활인 손뜨개질을 자연스럽게 생활용품에 접목시켜 노인들의 노동력을 효과적으로 이용하였다. 처음에 이 프로젝트는 노인들이 함께 작업을 함으로써 노인들 간의 소통과 유대감을 형성하고자 했던 것이다. 시니어 디자인 팩토리의 철학은 무엇보다 세대 간의 화합을 이루어 내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처음에는 외부 지원을 받아 시작했지만 곧 사업화를 통해 자립에 성공한 사례이다.

보고, 듣고, 쓰기 좋고 간편하게 만들어진 라쿠라쿠 휴대폰. 지팡이에 새로운 패션 아이템으로 만들어낸 옴후 지팡이. 나이가 드는 것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연출한 어드밴스드 스타일. 노인들의 개인적인 생활을 보호하며 다른 사람과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고, 실내에서도 자연 환경을 즐길 수 있도록 공간을 설계한 포르투칼의 노인을 위한 주택 등이 그 좋은 사례다.

노인들을 위한 디자인은 굳이 특별할 필요는 없다. 노인들은 신체적으로 허약해지면 심적으로 불안해한다. 이런 신체적 불편과 정신적인 안정을 위해 노령제품이 일부 시중에 선보이고 있지만 당당수는 기본적인 기능조차도 갖추진 못하고 있다. 앞으로 노인 인구의 증가와 경제발전에 따라 그 수요가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노령화에 대한 프로그램과 디자인 개발은 활성화 될 것이다.

훌륭한 디자인은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그 기능이 자신들을 만족시킨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디자인이다. 울산도 산업노령자들을 위한 정책을 펼 때 노령화 디자인 연구 산업과 개발투자를 위한 기업양성에 초점을 맞출 때가 됐다.

<권성자 한국폴리텍대 울산캠퍼스 산업디자인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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