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발언, 정치생명 걸어야
개헌발언, 정치생명 걸어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0.22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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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여당 대표의 개헌발언이 정기국회 정국에 메가톤급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단순 관리형 대표가 아니라 여당의 차기 대권주자 가운데 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의 개헌발언은 정치권을 쓰나미로 덮을 정도였다. 그러나 발언 당사자인 김무성 대표가 ‘본인의 불찰’이었다고 한 발 물러서는 바람에 일단은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김무성 대표가 개헌발언을 한 것이 미리 차단막을 쳐둔 대통령이 아시아 유럽 정상회의 참석차 나라를 비운 사이에 나온 것이 불찰이라면 불찰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개헌발언 뒤 나온 청와대의 반응만 봐도 이번 충격은 긴 여운을 남길 개연성이 높다.

우선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다. 또 그와 함께 중국 상하이로 간 의원들의 면면이 이전 MB정권의 중진들로 짜여져 있다. 이들은 소위 친이세력으로 이전부터 개헌론을 줄기차게 제기해 왔다. 이들은 ‘집권당 내 계파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집권 여당의 구도는 친박 ,친이로 나눠져 있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非박계가 당을 장악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시점에서 김대표가 이원집정부제라는 구체적인 권력구조까지 언급한 것을 단순한 ‘불찰’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대통령제도 아니고 내각제도 아닌 다소 생뚱맞은 이원집정부제는 앞서 말한 중진들이 줄기차게 주장해 온 권력구조였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다수당 대표가 이미 개헌 폭탄의 안전핀을 뽑아 들었으니 던지기만하면 폭발할 게 틀림없다. 여기다 야당도 던지라며 부추기고 있으니 국민들만 조마조마 하다. 때문에 과연 개헌 논의가 필요한 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또 필요하다면 지금이 그 시점인가도 살펴봐야 한다. 필자는 개헌논의가 필요하며 지금이 그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현행 헌법은 1987년 민주화 항쟁의 산물이다. 제9차 개헌으로 대통령직선 단임제, 대통령의 국회해산권 폐지, 국회국정감사권 부활, 비상조치권 폐지 등 대통령의 권력이 대폭 축소됐다. 권위정치에서 민주정치로 이행하는 과도적 성격의 헌법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 결과 우리의 민주화는 괄목할만하게 성장하였다. 국민들의 민주정치 수준도 높아 졌고 경제규모나 국제적 상황도 상상을 초월할 만큼 변했다. 자라보고 놀라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고 장기집권이 무서워 단임제로 했다. 국무총리 두고 국회의원도 장관될 수 있으며, 정부에도 법률안 제출권을 주는 내각제도 아니고 순수 대통령제도 아닌 어정쩡한 권력구조로 27년을 지났으니 논의조차 못할 이유가 없다.

현대국가의 현상이 대개 그렇듯이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보다 행정부의 권한이 점차 비대해지는 상황에서 우리는 대통령의 권력이 지구상에서 가장 집중된 기형적인 대통령중심제를 가지게 되었다. 집권여당의 국회의원이 당적을 떠나 이미 행정부의 수장이 된 대통령의 눈치나 설설 살피는 양다리 권력구조에 대한 논의는 이제 불가피하다. 시점이 부적절하다는 주장 또한 동의하기 어렵다.

개헌논의는 2007년 노무현 대통령집권 이후 거의 3~4년 주기로 계속 되어왔다. 여야 할 것 없이 총선이나 대선 때면 어김없이 개헌의도를 비치거나 공약했다. 정국이 막히면 돌파구로 불쑥 던지기도 했다. 대통령선거 때는 단골로 개헌 공약이 등장했지만 누구든 집권만 하면 이 핑계 저 핑계 대다 어물쩍 임기만 채우면 언제 그랬냐는 듯 물러가버렸다. 그래서 총선까지 시간이 좀 남았고 대통령 임기가 절반을 넘지 않은 지금이 논의를 시작할 적당한 시점이다.

개헌 논의가 모든 정치의 블랙홀은 맞다. 그러나 개헌은 국가의 큰 발전과 더 먼 미래를 위한 무혈혁명이랄 수 있다, 권력구조를 바꾸는 것은 더욱 그렇다. 큰 정치의 덕목은 용기와 진정성에 있다. 때문에 진심으로 개헌발언을 하려면 당사자는 정치생명을 걸어야 한다.

<박기태 전 경주대 부총장/한국정경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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