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학과 없는 울산
무역학과 없는 울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0.22 22: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70~80년대 선망하는 학과는 언어와 무역학과였다. 이원호의 선 굵은 산업소설에 열광하고 김우중 회장의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에 감명을 받으며 청년의 꿈을 키웠다. 대기업 무역상사가 최고의 직장이었던 시절이다. 무역부서는 기획실의 직접적인 지휘를 받으며 회사의 캐시카우를 창출해 냈다.

우리나라의 ‘백색가전’ 신화는 이런 무역상사맨으로부터 나왔다. 알레스카에서 ‘냉장고’를 팔고, 열사의 나라 중동에다 ‘난로’를 팔았다.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맨주먹 하나로 경제강국이 된 건 오로지 수출 하나에 목숨을 걸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우리는 수출에 목숨을 건다.

무역은 수출만 있는 게 아니다. 수입도 중요하다. 원자재를 싸게 수입해야 수출 경쟁력이 생긴다. 무엇하나 풍족하지 못한 우리나라 실정에선 수출과 수입의 적절한 조화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2011년 우리나라는 무역규모 1조달러 시대에 진입했다. 수출이 더 많지만 비중은 5천억 달러씩 비슷하다. 같은해 울산은 수출 1천억달러를 돌파했다. 같은해 울산의 무역규모는 1천800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터키 전체 무역규모와 비슷하다. 덴마크와 같은 서유럽 국가보다 큰 규모다. 이런 울산에 무역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무역학과가 없다.

한국무역협회 울산지역본부 심준석 본부장은 “울산지역은 수출기업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에 무역학과 없는 허점을 보이고 있다”며 “인재들이 지방을 기피하는 실정에서 지역에서 무역실무자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울산지역본부는 울산시와 공동으로 울산대학교에 2010년 2학기부터 2학점짜리 무역전문가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1·2학기로 구분된 이 강좌는 단순 이론이 아닌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실무내용을 위주로 강의를 구성해 각 단계별 외래 전문가를 초빙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3학점으로 운영고 있지만 정규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전문지식을 얻기 어렵고, 수출기업 탐방과 같은 이벤트성에 그치고 있다.

지역기업에선 무역전문가를 구하기가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지난해 중국 첫 수출에 성공해 수출 규모를 확대하고 있는 산업용 접착제 생산 전문 J기업 L상무는 “무역실무에 밝은 직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말했다. L상무는 “첫 수출 때 느꼈던 언어소통에 대한 문제, 수출국의 문화이해 부족, 무역서류 번역·작성 등의 어려움은 여전하다”며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해외영업팀을 꾸렸지만 아직 무역실무에 밝은 직원을 채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포드사에 자동차부품을 납품하고 있는 K사 L대표는 “무역실무를 담당하는 해외지원팀은 항상 인력이 모자라 업무과중이 심각하다”며 “수도권 등의 취업박람회를 쫓아다니며 관련 인재를 채용하려 하지만 지역의 한계성 때문에 번번히 무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우리나라는 FTA를 잇따라 체결하면서 무역장벽을 허물고 있다. 이에 따른 무역전문가도 더욱 필요하다. 무역협회 울산지역본부와 울산상공회의소가 교육하고 있는 FTA원산지증명사 교육과정에 학생들의 참여도는 매우 높다. 울산지역본부는 울산대에서, 울산상의는 상의회관에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수강생의 60~70%정도가 학생들이다. 그만큼 무역업계에 대한 수요가 많은 것이다. 기업은 FTA로 수출기회가 확대되고 있지만 기업들에게 무역관련 인재를 공급할 울산지역 상황은 불모지와 같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무역학과 개설이 시급하다.

<정인준 취재1부 차장>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