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과 두 ‘거장’
태풍과 두 ‘거장’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0.19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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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학자들은 매년 가을철 한반도에 평균 두세개의 태풍이 발생한다고 한다. 올해도 말 그대로 17호 풍웡, 18호 판폰을 거쳐 19호 봉퐁이라는 세번째 태풍이 발생해 일본에 큰 피해를 입히고 우리나라는 큰 피해 없이 지났다.

생뚱맞지만 어린 시절 대구 변두리 시골집에서 자랄 때의 이야기다. 필자는 강한 힘의 소유자인 두명의 형, 장난꾸러기 동생 둘, 5형제 중 중간에 끼여 집안일은 별로 하지 않고 편안하게 지냈던 것 같다. 그 말은 필자의 위 아래로 형제들이 무척 성격이 강해 필자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존재로 보였다는 뜻이다.

그 중 ‘작은 형’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중·고교 시절 공부는 차선이고 오직 집안일만 책임지고 살아온 대단한 살림꾼이었다.

그 당시 시골집의 바깥마당은 꽤나 넓었다. 그러나 흙마당이어서 비만 오면 질퍽질퍽해 생활의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것을 직감했는지 고등학생이던 형은 팔을 걷어붙이고 감히 마당에 돌깔판을 깔기로 마음먹었다. 필요한 도구란 리어카와 곡괭이 그리고 삽뿐이었다. 시멘트는 귀한 시절이라 조달이 불가능함으로 대신 무수히 들판에 널려있는 야생돌로 대체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제법 평평한 돌을 찾아 모으는 일은 쉽지 않아 대충 한쪽 면만 평평한 것이라면 최상급으로 취급했다. 크든 작든 그런 돌이 발견되면 즉시 리어카에 실어 옮기는 몹시 고된 작업을 한 것이다. 두달 동안 대작업으로 마당은 완성돼 그야말로 멋진 시골집 대마당으로 완전 변모돼 가족들은 대환영이었다.

그것뿐인가. 그 형은 동네 5일장에서 ‘돼지새끼’ 암수 한 쌍을 사다 악착같이 키운 적도 있다. 돼지 먹이 주는 일, 돼지 우리 청소하기 등 머슴이 하는 일은 다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돼지가 자라 새끼를 무려 열네 마리를 낳아 모두를 엄청 놀라게 했다. 그 형은 직접 출산장면을 보면서 피투성이 새끼의 탯줄을 직접 끊으며 한마리씩 손으로 닦아 주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1959년 추석날, 때마침 영호남과 영동지방에 심한 풍수해를 일으킨 ‘사라(SARAH)’호 태풍이 있었다. 사망자 750명과 가옥 피해 등 어마어마한 자연재해가 발생해 온 나라는 그야말로 난리법석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수해로 떠내려갈 뻔한 통실통실한 새끼돼지 열네 마리는 형의 수색작전으로 모두 구출됐으니 용맹스러운 자임에 틀림없다.

여기서 잠깐 마산의 19세 ‘어느 청년’ 이야기도 보태어 보자. 2003년 경남 일원을 휘몰아친 태풍 ‘매미’가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사실이다. 그 태풍으로 고향 건물 지하에 갇혀있던 초등학교 동창생 두명이 목숨을 잃어버렸다.

‘물이 넘치지 않게 자기 집 문 앞에 물막이 하나만 있었더라면 살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차수막’을 발명하게 된 큰 계기가 된 것이다.

현재 건물침수방지 전문업체를 운영하는 이제 막 서른살의 그는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보면 3년 후에는 회사의 기업가치를 100억원대 이상으로 키울 자신이 있다고 한다. 더욱이 그 시장규모는 300억원 규모라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더군다나 장래 그의 목표는 대견하게도 ‘사회적 기업’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신발 한 켤레 살 때 제3세계에 한 켤레씩 기부하는, 일대일 기부방식으로 성공신화를 이룬 ‘탐스 슈즈’와 같은 미국 신발업체를 만들겠다는 큰 비전을 갖고 있다.

태풍은 정말 몹쓸 놈이다. 그러나 역발상으로 아이디어를 창안하면 무엇이든 큰 희망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아무튼 폭풍우 속 두명의 ‘거장’은 우리를 가슴 뭉클하게 하고 삶을 더욱 빛나게 한다.

<울산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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