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실천, 나눔이 필요한 때
작은 실천, 나눔이 필요한 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0.16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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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가을이 울산을 곱게 물들이고 있다. 누군가 ‘가을은 스며드는 것’이라 했는데 참 잘 어울리는 표현이다. 며칠 전 강원 산간에 첫 얼음이 얼었다는 뉴스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바야흐로 ‘사랑의 열매’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연중 시민들의 소중한 사랑을 모으고 필요로 하는 곳에 나누는 일이 이어지고 있긴 하지만 어쩌면 우리들에겐 지금부터가 일년 중 가장 바쁜 시기가 아닌가 싶다.

2014년의 마지막 4분기가 우리 앞에 남아 있다. 조심스럽게 한해를 미리 정리해 보면 올해는 나라 안팎으로 유난히 이슈와 크나큰 사건사고들이 많았다. 경기(景氣)도 IMF 이후 가장 어려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수출산업을 선도해 가는 울산의 경우 더욱 그러하단다. 그래서 사실 요즘은 뉴스나 신문을 펼쳐 보기가 두려울 정도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률이 3년 만에 한자리 수로 떨어지면서 지역 제조업계의 동반 실적 쇼크가 우려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창사 이래 최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2분기에 1조 1천37억원의 적자를 보았다고 한다. 우리지역의 최대 수출산업 동력 중 하나인 석유화학 분야 역시 국제유가 하락, 원화강세 여파로 실적 쇼크라고 한다. 지금은 어느 것 하나 완전한 것이 없는 불확실한 시기이다.

시민들의 따뜻한 정성을 모으는 사랑의 열매도 이러한 지역의 어려운 경기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3분기까지의 모금실적이 당초 올해 목표액인 100억 9천만원의 55%에 해당하는 55억원 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7% 수준이다. 전국 평균 107% 보다 크게 못 미치는 실적이다. 더욱이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4분기 역시 크게 호전 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워 걱정이 앞선다.

지금처럼 어려운 때에 더 힘겹게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도움을 필요로 하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와 저소득가정, 그리고 사회복지시설의 생활인들 일 것이다. 대표적인 모금기관인 사랑의 열매의 모금실적이 이쯤이라면 아마도 개별 시설, 기관의 후원금도 크게 나아지진 않을 것이다. 어쩌면 이번 겨울 어려운 이웃들의 겨울나기가 가장 힘겨울 수 있겠다는 판단이다.

지역의 경기가 이 정도로 심각한 수준인데 기업에만 의존하여 도움의 손길을 요청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희망이 결코 없는 것일까? 꼭 그렇지만도 않다. 돌이켜보면 우리 국민들이 어떤 국민들이었던가? 나라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장롱속 금을 모아 위기를 극복하였던 저력이 있는 국민들이 아니었던가? 어려울 때일수록 십시일반 나눔을 실천하였던 미풍양속이 우리 정서 속에 깊이 흐르고 있다.

기업의 성과가 좋았을 때 기업 사회공헌활동이 적극적이었다지만 지금처럼 위기상황 속에서는 오히려 120만 울산 시민들의 위기극복 노력이 절실히 필요할 때이다. 나눔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생활 속에서 작은 나눔 실천을 이번 기회에 실천으로 옮긴다면 위기는 도리어 희망이 될 수 있겠다.

사랑의 열매는 다음달 중순이면 어김없이 도시 한가운데 ‘사랑의 온도탑’을 세우고 ‘희망2015 나눔 캠페인’을 시작한다. 비록 보여지는 경제 위기야 어찌할 순 없겠지만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하며, 특히 이번 겨울 울산시민들이 ‘1천4원’을 나누는 한명의 천사가 되어 준다면 기업도시 울산은 이제 나눔이 숨쉬는 ‘천사도시 울산’으로 변모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전화위복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눔은 실천이다. 생활 속에서의 작은 실천 ‘1천4원’이 만들어내는 행복한 기적을 꿈꾸며 다시금 옷깃을 여민다.

<박용훈 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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