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입소문난 언양석쇠불고기, 실용신안 특허 낼 것”
“전국 입소문난 언양석쇠불고기, 실용신안 특허 낼 것”
  • 정종식 기자
  • 승인 2014.10.14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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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채 언양 한우암소 불고기축제 회장
 

-한우암소만 취급하는 차별성
-한우특구 지정 유지 하려면1등급 이상만 취급해야
-행사 한번에 10억원 소요축제 위한 국가 지원 절실

“그래도 우리는 나은 편입니다. 불고기집들이 잘 돌아 가니까요. 경주 산내 불고기 특구는 벌써 문 닫았습니다” 언양 한우암소 불고기 축제가 끝난 다음날인 지난 13일 축제 대회장을 맡았던 언양 불고기 번영회 최용채(58·사진)회장을 만났다. 그는 축제 기간 동안 쌓인 피로로 아직 목소리가 잠겨 있는 상태였다. 전날 밤부터 내린 비로 KTX 역사(驛舍) 바로 앞에 설치된 축제장 바닥은 온통 진흙 밭이었다.

축제가 끝날 무렵 비가 내려 다행이라고 말을 건네자 최 회장이 “우리가 모두 착해 복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번 행사에 비용이 얼마나 들어갔느냐고 묻자 약 10억원이라는 것이다. 뭐가 그리 많은가 싶어 되묻자 그가 곁에 있는 대형 돔(dome)식 텐트를 가르키며 “저거 3일 동안 빌리는데 정확하게 5천700만원입니다. 축제에 동원된 인력 인건비가 3일 동안 1억2천 들어갔고요. 이번에는 한우암소도 120마리나 준비했습니다”라고 했다. 축제 한번 하는 게 시쳇말로 ‘장난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먹고 가는 사람들이야 떠나면 그만이지만 뒤에 남은 사람들이 골치를 썩여야 하는 게 여느 축제의 끝이다. 12일 끝난 언양 한우암소 불고기 축제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축제로 생긴 적자는 어떻게 메우느냐고 묻자 번영회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갹출해 충당한다고 했다. 그게 가능하냐고 했더니 “물론 어렵습니다. 잘되면 제 탓이고 못 되면 남 탓 아닙니까. 그래도 언양 쪽은 경기가 좋아 회원들이 협조를 잘하는 편입니다”라고 했다. 다른 불고기 축제도 이렇게 적자가 나느냐고 물었더니 산내 쪽은 적자를 견디다 못해 결국 특구지정을 반납했다는 것이다. 봉계 쪽은 어떠냐고 묻자 “그 쪽도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했다.

언양 불고기가 전국세를 떨치기 시작한 건 지난 60년대 고속도로 건설공사를 하면서 작업 인력들이 석쇠 불고기를 먹어보고 입소문을 퍼뜨린 데서부터 시작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 이전에는 가정집 서너 군데서 손님이 오는 대로 고기를 내 놨다고 한다. “별 다른 가게 없이 집 앞에 내 놓고 숯불화덕에 구웠다고 해요. 논두렁에서 구워먹기도 했답니다. 언양불고기가 전국적으로 알려진 건 약 60년전부터 입니다” 지난해 별세한 그의 부친도 그렇게 불고기집을 시작했다.

70년대에 들면서 언양 불고기는 절정기를 맞았다. 언양읍 거리에 있는 고기 집은 죄다 먹고살만했다. 아버지 불고기 가게에 아내를 남겨놓고 그는 석남사 부근에 대중업소를 개업했다. 그러나 아버지가 보태준 장사 밑천을 다 까먹고 그는 언양 불고기 집으로 원대복귀 했다고 한다. “그 때는 돈이 있으니까 뭐든지 덤비면 되겠거니 했는데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대요. 100억원 정도 날렸습니다” 그 때 진 빚은 다 갚았느냐고 묻자 최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 만큼 언양 불고기 거리는 아직도 장사가 잘 된다는 이야기다. “행사 때 적자가 나도 평소에 장사가 잘 되니까 회원들이 협조를 하죠. 장사 안 되는데 돈 내 놓으라면 누가 좋아 하겠습니까. 그러니 홍보 차원에서라도 축제는 계속돼야 합니다” 그렇게 말은 하지만 그의 이야기인 즉 불고기 축제 한번 치루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고 한다. 행사 시작 3개월 전부터 자신의 가게 일은 전혀 못한다는 것이다. 또 1개월 전부터는 잠을 못자 거의 멍한 상태로 지낸다고 한다. 수면제를 계속 먹어 눈은 따가운데 잠은 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게 어려운 일을 왜 자청해서 하느냐고 했다. 그러자 누군가는 해야 할 일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언양 불고기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해 보다 올해 사람들이 더 많이 몰려 왔습니다. 이미 우리는 전국적으로 소문 나 있습니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됩니다” 그래서 그는 최근 ‘언양 석쇠불고기’를 지리적 표시제 실용신안 특허에 출원해 뒀다고 했다. 울주군과 상공회의소의 협조를 얻어 미팅도 마쳤고 제반 서류도 모두 제출한 상태라고 한다. “올해 안에 결정 날 겁니다. 그렇게 되면 다른 지역에서 ‘언양 석쇠 불고기’라는 상호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이름으로 상품유통도 할 수도 없고요” 현재의 상승세를 상표화 해 다른 지역에서 언양 불고기의 브랜드 가치를 훼손시키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언양 한우암소 불고기 축제의 차별성도 강조했다. “우리는 거세한 소를 절대 사용하지 않습니다. 순수 한우암소만 씁니다. 고기가 연하고 지방질이 풍부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출산준비를 하는 여성들의 몸이 영양분을 충분히 갖추고 부드러운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거세한 소고기에 비해 언양 암소고기 값이 다소 값이 비쌀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런데 고객들은 이런 사실도 모르고 무조건 비싸다고만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소비자들이 거세 한우와 언양 암소고기의 차이점을 꼭 알아야 합니다. 축제에 오면 무조건 싸게 좋은 것을 먹는다고 생각해선 안 됩니다. 물론 우리는 이번에 최고 싸고 맛있는 고기를 제공 했습니다” 이번 축제기간 동안 번영회 측은 정상가격보다 30% 싸게 고기를 팔았다. 약 2만3천원하는 등심 100g을 1만 9천원에 판매했다고 한다.

그는 또 언양 불고기단지는 한우암소 특구로 지정됐기 때문에 반드시 1등급 이상만 취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규정을 제대로 지키는지 확인하기 위해 식약청에서 1년에 2~3차례 나와 고기의 DNA 검사를 한단다. 하자가 발견되면 즉시 특구지정 취소다. 반면 국가 지원금이 너무 적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행사를 위해 올해 울주군이 1억4천만원, 울산시가 3천만원을 지원했다. 올해 행사비만 약 10억원이 투입됐다. 남는 적자는 몽땅 번영회원들 몫이다. 최 회장은 지금 예산으론 행사를 치르기가 너무 힘들다고 했다. “강원도 횡성 한우축제에 지자체가 30억원을 지원합니다. 거세 한우인데 그렇습니다. 가까이 있는 기장 철마 한우 축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거세한우인데 해마다 20억원씩 줍니다.”

처음엔 말을 아끼던 그가 점점 말문을 열 길래 인터뷰 말미에 현 생활에 만족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웃으면서 ‘대물림 할 것’이라고 했다. 지금 아들이 서울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데 내려오고 싶어 한다고 했다. “돈이 되니까 불고기 집을 그만 두는 게 아깝죠. 자식들에게 물려줄 겁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언양 불고기단지에 있는 가게들은 거의 100% 대물림한 상태라고 했다.

글=정종식 기자·사진=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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