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황금률(黃金律)
‘관계’의 황금률(黃金律)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0.14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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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미국 텔레비전 드라마를 통해 영어 공부를 하는 게 유행이던 때가 있었다. 그 중에 트렌디한 뉴요커의 일상을 선보이며 많은 여자들이 꿈꾸는 삶을 보여주어 큰 인기를 끌었던 세 여자 이야기. 제목을 말하지 않아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터인데 그 때 그 주인공 가운데 한 사람이 이런 대사를 했다.

“관계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았다. 놀랍도록 신비하고 새로운 걸 보여주는 관계, 오래되어 식상한 관계, 여러 가지 질문을 하게 만드는 관계, 기대하지 않았던 것을 가져다주는 관계, 시작할 때와 완전히 다르거나 다시 처음처럼 돌아가게 만드는 관계. 그러나 가장 즐겁고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관계는 바로 당신 자신과의 관계다.”

기억 속의 이 대사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나 자신과의 관계를 반영한다’고 한 어느 학자의 말을 팁으로 삼아, 나 자신과의 관계를 수시로 점검하게 하였다. 타인과의 관계를 짚어 볼 때, 내가 먼저 연락하고 싶어지는 경우는 나에게 영감을 주고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이나, 끊고 싶지 않게 편안한 대화를 하면서도 가끔 필요한 충고를 따끔하게 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 역시 타인과의 관계에서 늘 되짚어 보는 포인트는 내가 상대에게 푸념을 하거나 부정적인 사고를 유도하지는 않는지, 타인에게 부탁만 하는 사람은 아닌지, 타인의 연락에 제대로 응대하고 있는 지, 혹시 부담스러운 개인사라도 늘어놓고 있지는 않은지 하는 것들이다.

만나면 기분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관계의 황금률’이기 때문이다. 만나는 횟수가 많지 않아도 만나온 날이 길지 않아도 자신의 장점으로 상대에게 뭔가를 베풀 수 있어야 기분 좋은 관계가 될 것이다. 한편, 기분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을 멀리할 수밖에 없다.

감정, 에너지, 시간, 사람, 평판 등 자신에게서 한 가지 이상을 지속적으로 빼앗아가는 사람과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될 자신이 없는 한 거리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도 멀리 하는 것이 좋다. 배려심 없이 생각 없는 말을 남발하는 사람 곁에 있으면 구설수에 오르내리거나 마음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 허세가 심하고, 간혹 거짓말을 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도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의 실망감에 다른 사람마저 신뢰하지 못하게 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또한 옆에서 끊임없이 내면을 위축시키며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사소한 결점을 계속 지적하거나, 현재의 삶에서 쉽게 바꿀 수 없는 부분을 약점으로 들쑤시며 상대적으로 자신을 과시하여 불행감을 조장한다.

사람 간에 부대끼며 사는 것이 사람의 삶인데, 길고 긴 인생길에서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추구해 나가는 일만큼 중요한 일이 또 있을까? 타인과의 관계를 내가 기분 좋게 만들고자 한다면 일단 약속을 잘 지켜 관계를 소중히 배려한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좋다. 또한 일기를 쓰게 되면 타인에 대한 시선과 행동을 점검하면서 나도 함께 성장한다. 그리고 관계에 있어 말은 많은 부분을 변화시키므로 가려서 해야 하고 늘 밝게 웃는 가운데 진지함을 겸비하도록 해야 한다. 바쁘다는 핑계로 오래 연락하지 않은 만나면 기분 좋은 친구를 만나, 내가 만나면 기분 좋은 사람이 되어 제법 근사하고 성숙한 관계의 장을 펼치고 싶은 가을이다.

<오나경 서양화가·약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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