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회-8. 사비성에 뜬 달(10)
91회-8. 사비성에 뜬 달(10)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0.13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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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우리 아라국에 머물고 있는 남부여의 군령과, 성주를 이제 철수하여 주십시오. 전하께서 보낸 군령과 성주가 우리 아라에 주둔하고 있어 왜국이나 가야 연맹 사이에 교류가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옵니다. 부디 통촉하시어 군령과 성주를 철수하여 주십시오.”

아라(함안가야)의 한기가 이때다 싶어 굳은 얼굴로 성왕을 쳐다보며 말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부딪히며 지나갔다.

“전하, 아라국 한기의 말은 극히 지당한 말이옵니다. 전하의 군대가 신라의 침략을 막는 것과 군령을 두어 내정을 간섭하는 것은 차이가 있사옵니다.”

다라국 진수라니왕이 다시 말을 거들었다.

“내정 간섭이라니, 당치 않는 말이오. 가야 연맹에 대한 과인의 진정한 뜻을 오해하고 있는 것 같소이다. 우리의 군령이나 성주를 철수할 수 없는 것은 가야와 왜의 교류를 막기 위해서거나 내정을 간섭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구려와 신라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만약 철수하는 일이 있게 되면 당장 그들의 침략에 노출되게 될 것이오. 따라서 군령이나 성주를 철수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 주셨으면 좋겠소이다.”

성왕의 말은 주장보다는 설득적이었다. 말을 끝낸 성왕은 가벼운 미소까지 띄는 여유를 보였다.

“지금 아라국에 머물면서 왜신관의 관리들은 왜국과 임나(가야, 임의 나란 뜻)의 여러 나라와 남부여, 신라 그리고 고구려와 문물의 교류와 물자를 교역하는 일을 주된 업무로 삼고 있사옵니다. 왜신관의 관리들이 간혹 임나를 위한 일로 본국과 연락하여 나라의 위기가 있을 때 병력을 파견하여 왔을 뿐이온데 전하께서 누차 왜신관의 일부 관리를 내치려 하시는 것은 부당한 일로 여겨지옵니다.”

처음부터 줄곧 굳은 표정으로 돌처럼 앉아 있던 왜신관의 관리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여러 나라의 한기들의 눈이 왜국의 관리에게 쏠렸다.

“왜신관의 일부 관리들을 왜로 돌려보내지 않으면 가야 연맹의 복원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왜신관의 관리를 다 돌려보내겠다는 것이 아니라 가와치노 아타히, 아케에나시, 사로마츠와 같이 편향된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자들을 돌려보내려 하는 것이다.”

성왕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졌다.

“그러나 전하, 소인은 왜신관의 관리를 내치는 일을 결정할 수 있는 직위에 있지 못합니다. 따라서 소인이 그 가부를 말씀드릴 수 없사옵니다. 뿐만 아니라 거기에 대한 어떤 언질도 받아오지 않았사옵니다. 왜신관의 대신인 이쿠하노오미의 뜻을 물어보아야 할 것으로 여겨지옵니다.”

왜신관의 관리는 자신이 답할 수 있는 직위에 있지 않다는 말로써 답을 피했다.

“전하, 가라나 아라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옵니다. 왜신관의 관리를 추방하는 일은 한기인 본인이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 국왕전하께 진언하여 그 결정을 얻어야 할 문제이옵니다. 따라서 돌아가서 국왕전하의 뜻을 물어서 그 시행을 결정하도록 하겠사옵니다.”

아라국 한기가 말했다.

글=이충호/그림=황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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