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도시로 가는 길
안전도시로 가는 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0.12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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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제일, 으뜸울산!’ 민선 6기가 출범하는 시점에 내놓은 김기현 울산시장의 취임일성이다. 시장의 말씀은 즉시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니, 울산시의회 쪽에서 이 구호에 발맞춰 조례안 하나를 내놓은 것이다. ‘울산광역시 안전도시 조례안’. 송병길 행정자치위원장이 발의했다.

전문 16조와 부칙으로 짜인 이 조례안은 시의회 입법정책담당관실의 기본 검토를 거쳐 다시 발의자의 손으로 돌아가 있다. 빠르면 연내에 빛을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조례안은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누구나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안전도시를 구현하겠다’는 차원 높은 제정이유에도 불구하고 정작 들어있어야 할 알맹이가 쏙 빠졌다는 것이다. ‘안전’에 대한 규정이 지극히 추상적인데다 울산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괴물이 과연 무엇인지, 고민과 성찰이 너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울산시민의 안전을 논하는 마당에 결코 빠져서는 안 될 위험요소로 ‘석유화학 사고’와 ‘원자력 사고’를 지목한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안전도시 조례안’ 어느 구석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조례를 위한 조례가 아니냐” 하는 반문이 그래서 나온다.

지방의회에서 제정되는 조례는 크게 ‘집행부 발의 조례’와 ‘의원 발의 조례’의 둘로 나눌 수 있다. 한데 ‘의원 발의 조례’ 중에는 집행부의 구상을 차용한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게 의회 안팎의 통설이다. 집행부(지방정부 혹은 지방교육청)가 이미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 올려놓고는 밥상의 명패를 의원의 이름으로 적어 넣는 식이다.

그렇다고 그런 방식이 지탄받아 마땅하다는 것은 아니다. 집행부는 통과라는 목적을 달성해서 좋고 지방의원은 자신의 업적으로 치부할 수 있어서 좋다. 시쳇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생 공존의 방정식이다.

‘안전도시 조례안’이 집행부의 작품이란 말은 더더욱 아니다. 듣건대, 이 조례안은 사계의 자문을 구하고 또 구한 끝에 내놓은 송병길 위원장의 야심작이다.

한데도 알맹이가 빠졌다는 이야기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 의미를 여당성향 의원들의 특성에서 찾으려는 이도 있다. ‘국책사업’ 혹은 ‘국가사무’에 관한 한 입을 떼지 않으려는 속성 때문일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 대상이 ‘원전’이라면 입을 다물 수밖에 없을 거라는 논리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소와 석유화학공장은 우리 울산과 운명의 동반자 같은 존재다. 그러기에 그 잠재적 위험성을 알고도 모른 체하는 안전도시 조례안은 118만 시민들을 우습게 보는 문자의 나열이나 다름없다. 한 전문가의 조언이 귀에 솔깃하다.

“다른 시·도의 조례를 참고하다 보니 그랬던 모양이지요. 울산시의 안전도시 조례는 울산만의 특수성을 담아야 가치가 있는 겁니다.” “이번에 선보인 조례안은 보고체계를 너무 중시해서 문젭니다. 세월호 참사 못 보셨나요? 사고가 터지면 현장 지휘관이 먼저 나서야지 왜 시장이 사사건건 서명하고 참견해야만 합니까?”

아직 시간 여유가 있는 만큼 지금부터라도 숙려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조례안을 끌어안고 심사숙고하는…. 관계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도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김정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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