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가려운 곳은?
중소기업의 가려운 곳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0.08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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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시장에서 성공해 한국시장을 개척 하겠습니다”

중소기업을 취재하다 보면 흔히 듣는 이야기다.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했지만 이를 사용해 줄 시장(혹은 대기업)이 없어 ‘할 수 없이’ 외국시장으로 나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반영한 말이다. 그런데 해외시장도 만만치 않다. 바이어가 제품에 대해 호응은 하지만 “그렇게 좋은 제품이라면 한국에서 판매한 실적을 내놔봐!”하면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학남정밀화학산단에 입주한 ㈜대미가 이런 사례에 적용된다. ㈜대미 김하수 대표는 직장 다닐 때의 착안을 15년만에 상품화해 신규공장을 건설했다. 고강도 플라스틱인 PP제질 제품에 특화된 수성접착제를 개발한 것이다. 말이 PP제질용이지 사실은 플라스틱제품에는 다 사용할 수 있는 접착제다. 플라스틱과 플라스틱 사이 또는 플라스틱과 우레탄폼 등등 다른 재질의 것을 다 붙일 수 있는 접착제다. 이러한 특성은 세계에서 유일무이하다. 혁신적 제품이라는 것이다.

이 접착제는 수성이다. 유해화학물질(VOC)를 남발하는 유성접착제가 아니라 인체에 무해한 접착제다. 자동차 내장제 부품에 이 접착제를 사용하면 신차냄새가 없어질 수 있다. 그런데 초기제품이라 자동차 내장부품을 만드는 기업에선 사용하기를 꺼려한다. 기존 유성접착제 보다 4배정도 가격이 비싸기도 하지만 기술규격이 없다는 이유다.

김 대표는 태국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는데 바이어들이 기술수준이 높은 현대차에 납품한 실적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 우리도 쓰겠다는 조건이다. 김 대표는 “현대차가 사용하지 않더라도 기술에 대한 평가를 신뢰성 있게 해주면 좋겠다”며 “아니면 지자체라도 수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인증제도를 만들면 어떨까 싶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래도 우리 제품은 세계서 유일무이한 친환경 제품이기 때문에 시간이 문제지 판로에는 자신있다”며 “해외시장에서 꼭 성공해 보이겠다”는 자신감을 밝혔다.

세계 최초로 포신자동청소기를 개발한 수성정밀기계 안상진 회장은 이러한 어려움을 뚫고 세계서 인정받아 한국군에 납품한 사례다. 안 회장은 신제품 초기생산 때 군수처에 제품을 홍보했지만 아무도 귀기울여 주지 않았다. 그래서 해외박람회에 나갔더니 혁신성을 인정받아 세계 군수산업의 총아가 됐다. 그랬더니 군수처 쪽에서 소문을 듣고 납품의뢰가 들어왔다. 지금은 납품주문이 물밀 듯 밀려오고 있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친 안 회장은 “국방부가 참 나쁘더라”고 일침한다. 그 때 선견지명을 갖고 좀더 적극적인 행동을 보였다면 수없이 많은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꼽을 때 ‘자금난’과 ‘마케팅 여력 부족’ 은 1·2위를 다투는 사안이다. 혁신적인 제품이 개발됐어도 돈이 없으면 공장을 짓지 못하고, 제품을 생산했더라도 시장을 창출하지 못한다면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품이 사라지지 않고 시장에서 살아남아 꽃을 피우도록 만드는 게 정부가 할 과제다.

정부도 못하는 게 아니다. 중소기업 자금은 넘쳐나고 지원정책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중소기업들은 어렵다고 말한다. 정부정책과 현실사이에 괴리가 있다.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보다 세밀한 현미경 정책이 필요하다. 기업 한 곳 한 곳의 가려움을 속시원히 긁어 줘야 만족할 수 있다는 뜻이다. 뭉텅이 정책으론 한계가 있다. 돈만 푼다고 해결될 일은 더더욱 아니다. 사실 중소기업 대표들은 “시장을 창출해 줄 창조적인 대책이 더 현실적이다”고 말한다. 시장이 있어야 돈을 벌 수 있고 빌린 돈도 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인준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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