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節製)의 미학(美學)
절제(節製)의 미학(美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0.05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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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돈, 명예, 권세를 기라성 같이 바라보고 무지개처럼 그것을 붙잡는다. 무엇보다 돈을 쫓다 인생을 망친다. 20억원 가까운 로또 복권에 당첨됐으나 채 일 년도 안 돼 그 돈을 모두 탕진하고 강도짓을 하다가 체포된 사람의 이야기가 일전에 뉴스에 나왔다. 돈을 붙좇다 패가망신 당한 그 사람을 보고 사람들은 혀를 찼다.

명예 때문에 하루아침에 ‘공든 탑’을 무너뜨린 사람도 적지 않다. 랜스 암스트롱은 미국 출신의 전 프로 사이클 선수였는데, 그는 사상 최초로 7년 연속(1999년~2005년) ‘투르 드 프랑스’에서 우승하면서 군중을부터 많은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도핑 위반 혐의가 드러나 모든 기록을 박탈당하고 사이클 계에서 영구 추방되었다. 고환암 투병에도 불구하고 재기했던 그에게서 신화적 영웅을 발견했던 군중들은 그의 추락과 파멸을 애잔하게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랜스 암스트롱은 명예를 붙좇다 패가망신 당한 경우이다.

권세에 취해 자신의 삶을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사람들도 많다. 그리 멀리 갈 것도 없이 얼마전 검찰총장 한 사람이 출세가도를 달리는 정점에서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질주하다 거짓과 가식, 허위의 옷이 벗겨진 채 부끄러움을 당하고 말았다. 명예를 붙좇다 날개 없는 새처럼 추락하고 만 것이다.

인생은 본질적으로 무엇이든 추구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막무가내 내달리다가는 낭패당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절제가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운전면허증을 따기 위해서 먼저 학과수업을 통해 이론을 배우고, 실습을 통해 운전기술을 익히고 숙지하게 된다. 생명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운전 초보자에게 모든 과정이 중요하다. 전진하는 법을 배우고, 후진하는 요령을 익히고, 브레이크를 밟음으로 멈추는 기술을 배운다. 엊그저께 교육청 앞을 지나다가 차량 사고를 목격했다. 마침 신호등에 걸려 자세히 살펴보게 되었다. 양파를 싣고 달리던 4.5t 트럭 운전자가 앞서 신호대기 중인 25t 화물차를 발견하지 못해 그대로 뒤를 들이받고 인도 위 전신주와 가로등까지 쳐박았다. 다행히 운전자들은 목숨은 건졌지만 한 순간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못한 실수는 치명적인 파국을 불러올 뻔했다.

엊그저께 울산 북페스티벌 행사에 초대작가로 왔던 소설가 이문열 선생을 만났다. 월북한 부친 때문에 ‘시대와의 불화’를 겪고 무정부주의자처럼 이 편도 저 편도 아닌 ‘변경(邊境)’의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불운한 인생을 털어놓았다. 격변기의 험난한 시대를 살아내면서 ‘이념과 사상의 극단적 치우침이 없어야 하고, 진보와 보수를 아우를 줄 아는 대한민국이기를’ 개인적으로 피력할 때 필자는 그 느낌이 좋았다. 그의 입술에서 우리 시대의 절제(節製)의 미학(美學)을 일부분 발견한 것이 소중한 가르침으로 다가왔다. 변경에 서 본 사람만이 그 의미를 알 수 있으리라.

지금 대한민국에는 첨예한 사상과 이념대립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이전에는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여론이 모아지고 한 번 걸러지는 기능도 있었지만 무인정찰기처럼 알 수 없는 여론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불쑥불쑥 들이닥친다. 빠르다고 좋기만 하겠는가. 천리안처럼 옳은 것을 분별할 줄 아는 눈이 필요하지 않은가. 무엇보다 절제(節製)의 미학(美學)이 찬연하게 펼쳐지기를 희구한다. 서로를 용납할 줄 아는 어깨동무가 필요하고, 대화와 타협이라는 통 큰 악수가 필요한 때이다.

<박정관 굿뉴스울산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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