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회-8. 사비성에 뜬 달 (3)
84회-8. 사비성에 뜬 달 (3)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0.01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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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도 알다시피 아라국(함안가야)의 왜신관에 와 있는 왜국 사신들의 반백제적인 행동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 같다. 백제에 의해서 탁순국에까지 쫓겨났던 그들이 탁순국 국왕의 요청으로 왜병을 불러들여 진지를 구축하여 장기 주둔하면서 백제와 신라 양국과 대립하였는가 하면, 탁순국이 신라의 영토에 합병되자 이들은 다시 아라 측의 뜻에 따라 친신라적인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들의 반백제적이고 친신라적인 활동이 주변국 간의 정세를 불안하게 만들고 신라의 호전성을 더 부채질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되는 바이다.”

진수라니왕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들의 사악함을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지 않사옵니까. 백제에 의해 탁순국으로 쫓겨났던 왜사신들이 그들의 휘하 병사들을 몰래 보내어 야로 야철지를 약탈한 일이 바로 몇 해 전에 있지 않았사옵니까?

그들로 인해 입은 피해가 막심하였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치가 떨립니다. 전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그들의 행동이 주변국 간에 어떤 분쟁을 야기하게 될지 예측할 수 없사옵니다. 그들의 행동을 계속 지켜보면서 대비 태세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여겨지옵니다.”

상수위 아사비의 말에는 왜국 사신에 대한 혐오가 배어 있었다.

“돌이켜 보면 왜국을 불러들인 남부여의 과오가 지금 남부여에 돌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찍이 왜가 신라를 침입하여 서라벌을 초토화시켰을 때 왜병을 물리친 것이 고구려 광개토왕이었지 않사옵니까?

그러나 이를 빌미로 남진하게 된 고구려로 인해 우리의 가야 제국(諸國)이 피해를 입게 되었고, 고구려와 신라를 견제하기 위해서 백제가 왜를 불러들였고, 가야 제국 또한 왜를 이용하려 하지 않았사옵니까? 그 결과가 오늘의 상황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옵니다. 신(臣)의 생각으로도 그들을 경계하는 일을 한시도 늦추어서는 아니 될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수위 무도치가 말을 마치고 고개를 숙였다.

“이들 중에서도 특히 왜신관의 책임자인 이쿠와노 오미나 가와치노 아타에, 기비노 오미 등은 일본의 호족 출신으로 아라국에서 오래 살아왔기 때문에 주변국의 사정은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며 아라국을 위해서 움직이는 독자적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듯합니다. 좌로 마도 같은 인간들은 남부여와 관계가 매우 나빴던 왜신관의 하급자들이옵니다. 왜신관에서 우리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신분과 성향 등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할 것으로 여겨지옵니다.”

상수위가 다시 말했다.

“옳은 말씀입니다만, 최근에 왜국 사신들이 아라국을 위해 친신라적인 자세로 돌아섰다는 것은 백제가 이미 걸탁성을 점령하고 있으며 탁순국을 병합한 신라의 세력과 직면하게 된 상황에서 신라의 힘을 막기 위해서 아라가 왜사신들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사옵니까. 그러니 우리도 그들과 보조를 맞추어 친신라적인 자세로 취하는 것이 나라에 이익이 될 것으로 여겨집니다.”

진수라니왕의 동생이자 하한기인 진파라가 말했다.

글=이충호/그림=황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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