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중인 ‘1만 시간의 법칙’
논란중인 ‘1만 시간의 법칙’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9.30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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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좋은 사람은 노력하는 자를,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한다. 탁월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은 대개 성실함과 노력 이외에 남다른 전략을 갖추고 있다.

에디슨은 조금 전에 한 말도 금세 잊어버리는 ‘까마귀 형’이었다. 이 때문에 그는 메모광이었다. 사소한 착상이 떠오를 때마다 이를 메모하고 여기에 또 다른 생각들을 더해 위대한 발명품을 탄생시켰다.

하반신을 전혀 쓰지 못했던 미국 청년 마크 웰만이 ‘엘 카피타 봉’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1천m를 15㎝라는 도달 가능한 목표로 쪼갰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또 대개 한 가지 일을 최소한 1만 시간 넘게 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에 뚜렷한 목표를 정해 몰두하고 끝까지 버틴다는 이야기다. 어떤 분야에서든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으려면 1만 시간은 쏟아 부어야 한다. 이것이 타고난 재능보다 꾸준한 노력이 성공을 만든다는 ‘1만 시간의 법칙’이다.

워싱턴 포스트 기자 출신인 맬컴 글래드웰은 2009년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면 타고난 재능보다 1만 시간 동안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1만 시간은 하루 3시간 씩 10년 동안 계속해야 가능한 시간이다.

하지만 글래드웰의 주장과 반대되는 연구결과도 있다. 국제적 권위의 심리학 학술지인 ‘심리과학’은 최근 과학계의 해묵은 논쟁인 노력과 재능의 기존 학설을 잠재울 수 있는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타고난 재능이 없으면 노력만으로는 최고가 될 확률이 적다는 것이다. 잭 햄브릭 미시간 주립대 교수 연구팀은 음악의 경우 실력 차이의 원인 가운데 노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21%인 반면, 선천적 재능이 차지하는 비중이 79%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선천적 재능과 함께 나이도 성공의 주요 요인으로 꼽고 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부터 두 가지 언어를 사용하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언어능력과 직결된 두뇌를 자유자재로 사용하기 때문에 늦게 언어를 배운 사람보다 더 뛰어나다고 한다. 바이올린 등 악기를 연주하거나 축구 등 운동을 할 때도 조기 교육이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의 성과를 꾸준히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이 뛰어난 실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사람들과 체스경기를 꾸준히 한 선수가 홀로 체스를 배운 선수보다 뛰어난 기량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한 분야를 배울 때 관련 분야와 함께 배우면 학습 진도도 빠르고 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도 한다. 일례로 자유형과 배영을 동시에 배워 수영 실력을 키운 사람은 자유형이나 배영만 배운 사람보다 더 빨리 기술을 연마하고 기량도 뛰어났다.

미시간주립대의 연구결과는 선천적 재능보다 꾸준한 노력이 대가를 만든다는 ‘1만 시간의 법칙’을 완전히 뒤집고 있다. 노력파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연구결과다.

하지만 선천적 재능 조사나 나이별 프로그램도 없이 무작정 노력하라고 몰아붙이는 우리나라 재능교육의 풍토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최고의 전문가가 된 사람들은 크든 작든 목표를 향한 계획을 끈질기게 실천한 사람들이다. 심사숙고를 거쳐 결론을 내린 후에는 과감하고 신속하게 실행한다. 아무리 좋은 생각이라도 머릿속에 머물러 있으면 쓸모가 없다.

사소한 아이디어라도 실행에 옮길 때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성공이란 목표를 향한 ‘시동’을 걸었다면 실천이라는 ‘기어’를 넣고 지속이라는 ‘연료’를 넣어야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신영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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