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귤북지(南橘北只)
남귤북지(南橘北只)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9.2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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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강남의 귤을 강북 쪽에 심으면 탱자가 열리게 된다’는 말로 안자춘추(晏子春秋)에 전하는 말이다. 중국 춘추시대(春秋時代) 제(齊)나라 재상 안자(晏子)는 비록 체구는 작았으나 훌륭한 인품과 학덕에다 탁월한 지혜를 겸하여 공자도 그를 현인으로 예우했다.

한번은 당시 제나라와 경쟁국으로 있던 초(楚)나라 영왕이 그의 지혜를 시험해 보기 위해 그를 초청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안자가 초왕을 알현하는 자리에서 초왕이 안자의 체구가 작음을 빗대어 “제나라에는 사람이 없는가 보지요, 복잡한 시장 통에 가면 공을 알아볼 수 없겠구료” 라고 농담을 건네자, 안자는 “우리 제나라에는 사신을 보내되 큰 나라에는 큰 사람을 보내고, 작은 나라에는 작은 사람을 보냅니다. 그렇기에 저는 몸이 작아 초나라로 오게 되었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처럼 처음 인사에서부터 호되게 당한 초왕은 다시 한번 안자의 기를 꺾어 보겠다는 심사로 연극을 꾸몄다. 수하 관리를 시켜 죄인(罪因)을 결박해 끌고 가게 해 놓고, 초왕이 그 관리에게 “저 죄인은 무슨 죄가 있어서 그리 하느냐”고 묻자 관리는 “이 죄인은 제나라 사람인데 이곳에 와서 도둑질을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초왕은 안자를 보며 “제나라 사람들은 도둑질을 잘 하나보지요. 이곳까지 와서 도둑질을 하는 것을 보면” 그러자 안자는 “제가 듣기로는 귤나무가 회수(淮水)이남에 심어져 있으면 귤이 열리지만, 회수 북쪽에 심으면 탱자가 열린다 했습니다. 그렇게 되는 이유는 물과 흙이 다르고 풍토가 다르기 때문이지요. 저 백성도 제나라에서 성장하는 동안은 도둑질을 몰랐는데 이곳 초나라에 와서 도둑질을 하는 것을 보면 이곳의 풍토가 도둑질하기에 좋은 풍토인가 봅니다”라고 했다.

이 말에는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모두 그 자라고 성장하는 풍토나 조건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그렇다면 ‘삼천리 금수강산’이라 자처하는 이 땅의 인심은 어쩌다 이렇게 황폐해 졌을까. 정치는 거리에서 방황하고, 교육은 기준도 없이 왔다갔다 하며, 군대는 질서를 잃고 폭력으로 얼룩지고, 산업현장은 극단적 대립으로 자멸의 길을 걷고 있으니 말이다.

대학에 이르기를 “나라를 잘 다스리고자 하면 먼저 자신의 가정을 바로 서게 해야 하고, 자신의 가정을 바로 잡고자 한다면 먼저 자신의 몸을 바로 닦아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급속한 산업화 과정을 거치는 동안 생활의 근간이 가정에서 일터로 전환됨에 따라 우리들의 어린 영유아 들이 가정이 아닌 탁아소, 어린이집 등에 맡겨지고 있다. 부모의 정을 받고 진정으로 사람이 되는 이런 중요한 시기를 잃어버린 채 학교라는 공동체에 던져져 혹독한 경쟁에 부딪치다보니 커가는 청소년들의 인성이 극도로 황폐해져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또 이것이 우리사회의 모든 병폐의 원인이 되고 있다.

“나무를 심는 것은 10년 뒤를 생각하고, 사람을 키우는 것은 100년 뒤를 생각해서다”는 말처럼 우리 사회의 병폐를 법치(法治)로 다스리기에는 이미 그 한계를 넘었다. 한 그루의 나무를 성장시키기 위해 그 토양을 개선하고 기름지게 하듯, 우리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어린 꿈나무들이 먼 훗날 진정으로 사람다운 삶을 영유할 수 있도록 가정의 근실한 안착과 건전한 교육의 터전을 조성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동시에 이것이 바로 사회적 병폐를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길임도 알아야 한다.

<노동휘 성균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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