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찾는다는 일
자신을 찾는다는 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9.28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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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 제주도 생활 공개 ‘감이 주렁주렁 달렸다’

최근 본 기사의 제목이다. 이효리는 결혼 후 1년째 제주도에서 지내고 있으며 간간히 기사를 통해 근황을 알려온다. 제주에서의 생활은 그녀를 더 여유롭고 풍요롭게 만드는 듯하다. 마당에 열린 감을 바라보며, 맛보며, 선선한 바람과 따뜻한 가을햇볕을 느끼며 감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필자는 제주도립미술관에서 기획한 전시에 초대받아 제주도에 갔다. 작품 활동을 하며 여러 전시에 참여했지만 작가를 위해 호텔이나 항공료 등을 부담하는 경우는 처음이라 전시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많이 들뜨고 기뻤다. 또 대부분 기획하는 쪽은 ‘갑’이 되고 그에 상응하는 ‘갑’질을 하기 마련인데 전시에 초대하고 진행하는 내내 작가를 결코 ‘을’의 입장이 되지 않게 하는 미술관이었다.

도착한 미술관의 인상은 평화로움이었다. 돌과 물과 바람이 조화로운, 아늑함이 있었다. 나무아래 놓여진 블록위에 몸을 뉘어 청명한 가을하늘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돌려 왼쪽의 미술관과 오른쪽의 조각공원을 번갈아 보며 크게 심호흡을 했다.

제주의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기사에서 접했던 이효리가 떠올랐다. 그녀는 왜 이곳에 왔을까. 괜한 감정이입이 됐다. 공항을 통해 서울을 오가고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이곳에서 자신을 찾고 다독이고 돌아보는 인생. 그나마 오랫동안 함께 할 듬직한 벗이 있으니 다행이었다. 운전을 하고 있는 나의 벗을 바라보았다. 지금 이 순간 함께 있음에 감사했다.

우리는 ‘비자림’을 거쳐 ‘우도’로 향했다. ‘천년의 숲’이라는 비자나무 숲속을 걸으니 동화 속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로 만든 집이 나올 것 같기도, 영화 아바타의 숲 속 요정들을 만날 것 같기도 했다. 우리 앞에 가는 한 남성이 신발을 벗어 손가락에 끼고 맨발로 천천히 걷는 모습이 근사해보여 그 모습을 따라해 봤으나 발바닥이 따가워 근사함을 흉내 내긴 힘들었다. 숲 속의 새소리며 바람소리를 듣고 있자니 나무들도 말을 걸었다. 그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또한 스스로를 어루만지는 과정일 것이다.

무엇이든 아주 오랜 시간 같은 자리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경이롭고 뭉클하며 울림을 주는 일인지 마주해보지 않은 이들은 잘 모를 것이다.

소가 머리를 내밀고 누워있는 형상이라 해 이름 붙여진 우도에 도착했다. 차를 타고 해안도로를 따라 우도봉을 향해 달렸다. 자전거나 이륜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젊은 연인들이 우도의 낭만을 배가시켰다. 차에서 내려 우도봉을 걸어가는 언덕의 바람이 이곳에 온 이유를 알려주었다. 두 팔을 쭉 뻗어 불어오는 바람을 손끝에 가두었다. 꼭대기에 도착하면 할수록 내려다보이는 우도의 모습과 멀리 성산일출봉의 모습이 또렷했다.

우리는 바람을 맞으며 되뇌었다. 돌아가면 또다시 열심히 살겠노라고.

그리곤 생각했다. 이렇게 스스로를 찾아가는 것이 여행이구나. 그리고 다시 돌아가는 것이 삶이구나. 결국 삶이 여행이구나.

<이하나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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