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산업 버려둘 건가
원전산업 버려둘 건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9.24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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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신성장산업 육성 포트폴리오에서 원전산업이 슬그머니 사라졌다. 울산이 기장과 월성 인근을 포함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원전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원전산업을 외면한다면 이에 대한 기득권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같다. 부산과 경주는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원전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정부로부터 하나라도 더 얻어내려 혈안인데, 울산은 여유자적이다.

울산시의 원전산업 육성의지는 이명박 정부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울산시는 당시 신성장동력을 물색하다 2차전지산업과 원전산업에 주목했다. 정부가 원자력발전소의 10분의 1수준으로 소형화한 ‘한국형 스마트원전 실증화 단지’를 만든다고 했을 때부터다. 스마트원전은 바지선이나 헬리콥터로 수송할 수 있을 정도여서 산악지대나 사막과 같은 고립지대에 유용한 발전수단이었다. 스마트원전 실증화 단지는 스마트원전을 가동해 안정화시키는 곳이다. 쉽게 말해 상용화를 위한 실험장소라는 것이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이 사업에 1조원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울산시는 서생인근에 스마트원전 실증화단지 부지를 준비하고 유치를 위해 노력했다. 수십차례 세미나를 열고 유치타당성 연구용역도 했다. 산업부 관계자와 한수원 관계자를 초청해 공을 들였다. 결국 스마트원전 실증화단지는 정부와 한수원이 부담할 예산이 부족해 무산됐지만, 울산시가 당시 원전산업 육성을 위해 수립한 마스터플랜은 아직도 유효하다.

원전산업은 이 전 대통령이 UAE에 한국형 원전을 수출하면서 관심이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졌고, 국내에선 원전비리가 잇따랐다. 사회에서 원전하면 한 마디로 ‘죽음’ 이나 ‘비리 복마전’이라는 인식이 팽팽했다. 원전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한 것이다. 불과 2년전이다.

울산에선 울산테크노파크가 ‘동남권 원전기자재 기술기반 구축사업’을 수행하며 울산시의 정책을 이어 받아 원전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하지만 당초 거창했던 계획에 비하면 하나의 사업명목으로 원전부품을 인증하는 것을 지원하거나 기술적인 문제를 지원하는 등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 울산시 경제정책에 포함돼 적극적인 산업육성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원엔텍의 방사선차폐재 상용화 추진이나 ES다산의 쓰나미 방호차폐문 기술 국산화 성공 등은 지역에 기반한 원전산업 육성에 대한 기대를 갖기 충분하다.

최근 원전산업과 관련한 이슈는 원전해체 산업이다. 수명을 10년 더 연장해 발전하고 있는 고리원전 1호기와 수명연장을 기다리고 있는 월성1호기가 관심을 받으면부터다. 가깝게는 2017년부터 시작될 원전해제산업은 1기 건립비 1조4천억원에 맞먹는 시장을 창출할 전망이다.

정부는 원전해체를 위한 해제기술을 목적으로 ‘원자력해체기술연구센터’를 계획하고 있다. 이 센터의 유치를 위해 부산 기장군과 경주시는 23일과 22일 각각 센터유치위와 사무국을 출범시키고 이 사업의 선점을 위해 나섰다. 울산시는 지난달 초 창조경제정책단에서 센터유치를 시차원에서 검토하기 시작했다. 부산과 경주가 시민합의로 유치위 활동을 시작한 것보다는 발이 늦다.

원전산업은 ‘놓칠 수 없는 황금알’이다. 울산시가 위험을 담보로 살고 있는데 그에 대한 보상은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울산시의 적극적인 원전산업 육성정책을 기대한다.

<정인준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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