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회-7. 배신과 응징(7)
79회-7. 배신과 응징(7)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9.24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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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다시 오기 전에 대비하려고 합니다. 원군을 보내 우리를 도와주시옵소서. 탁순국(창원가야) 아리사등 국왕께서 다라국 전하에게 바라는 간절한 청이옵니다.”

탁순국 이수위는 이마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숙이고 가볍게 흐느꼈다.

“원군을 보내는 것은 도움을 받는 쪽이나 도움을 주는 양쪽이 다 이익이 되어야 하지 않겠소. 비록 돕는다 하더라도 결국에 가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지가 않소이까. 그래서 내가 그 청을 곰곰이 따져보고 양국에 도움이 될 것인지를 생각해 보겠소.”

진수라니왕은 확답을 피했다.

“전하, 지금 남부 가야 연맹의 마지막 독립국인 탁순국이 존망의 갈림길에 처해 있사옵니다. 이제 우리 탁순마저 적의 영토에 넘어가게 되면 나머지 북쪽의 연맹국들에게도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것입니다. 부디 앞을 내다보시고 우리에게 원군을 파견해 주십시오.”

탁순국 사자 파라찬은 더 간절하게 매달렸다.

“내가 대신들과 논의해서 가부를 결정하도록 하겠소이다. 너무 서두르지 말고 며칠을 유하시다 돌아가시오.”

탁순국 이수위 파라찬은 진수라니 국왕으로부터 즉답을 받지 못하자 자리에 엎드려 고개를 들지 않았다.

“전하, 다시 한번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파라찬은 애걸하듯 이마를 바닥에 찍으며 말했다. 한 나라의 이수위가 다른 나라의 국왕 앞에 엎드려 흐느끼며 애원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착잡하였다. 나라가 기우니 그 대신들의 모습조차도 초라해 보였다.

한 때 남부 가야연맹의 한 축을 형성했던 탁순국이었다. 골초국이 쇠퇴하고 그 뒤를 이어 이 지역에 새로운 나라를 세운 탁순국은 일찍부터 불모산에서 생산되는 철을 제련하는 기술을 발달시켜 단단한 국가의 기반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 이유로 오랫동안 아라국(함안가야)과 백제의 대 일본 통로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탁순국이 백제와 신라라는 양대 세력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발버둥치고 있지만 이미 패망의 기운이 그 나라 대신의 어깨에서 느껴졌다. 마음 같아서는 구원군을 보내어 연맹의 국가를 위기에서 구해 주고 싶지만 혼자서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닌 것 같았다.

탁순국의 이수위는 3일 동안 다라의 궁성에 머물다 돌아갔다. 그가 자기 나라로 돌아가고 난 뒤 진수라니는 하한기 진파라와 상수위 아사비, 그리고 이 수위를 정전에 불렀다. 정전의 분위기는 처음부터 무거웠다.

“전하, 탁순국의 원군의 요청을 응하면 아니 되옵니다. 탁순국은 이미 패망의 길을 걷고 있는 나라이옵니다. 패망의 길에 접어든 나라를 돕는 것은 자멸의 지름길이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구원병을 보내서는 아니 되옵니다.”

아사비 상수위의 태도는 분명했다.

“탁순국(창원가야)의 멸망을 막지 못하면 주변국의 멸망도 그 만큼 더 빨라질 것입니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원군을 보내어 도와주는 것이 결국은 우리의 국토를 방어하는 길이 될 것이므로 구원군을 보내는 것이 마땅할 것으로 생각되옵니다.”

오랜만에 정전에 나온 진파라 하한기가 말했다.

글=이충호/그림=황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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