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순 없는 3·1운동 이라니
유관순 없는 3·1운동 이라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9.2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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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8일이 어떤 날인지 잘 몰랐다. 바로 유관순 열사(이하 ‘유관순’이라 함)가 옥중 순국하신 날이다. 유관순은 조선의 잔 다르크라 불리는 우리 민족의 자랑이다. 이화여고 1학년에 다니던 17세 꽃다운 소녀였다.

3·1운동으로 휴교하자 고향으로 내려간 유관순은 아우내 항일운동에 앞장서 만세를 외치다가 체포되어 옥중에서도 만세운동을 펼쳤다. 일제의 고문에도 굴하지 않았다. 결국 빛나는 투쟁 중에 순국한 것이다. 이렇게 유관순은 만들어진 영웅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유독 영웅이 적다. 반만 년 역사에 이렇게 영웅이 없을 수 있을까. 서로 흠집내기 바쁜 민족성 때문이 아닌지 자괴감마저 든다. 광화문 광장에 우뚝 서 있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이 기억날 뿐이다. 오늘 유난히 유관순이 그리워지는 이유다. 유관순은 분명 이 시대 우리의 영웅이다.

올해부터 고등학교에서 필수로 배워야 하는 한국사 교과서 8종 중 4종에 유관순 얘기가 한 줄도 언급되지 않았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유관순은 다 아는 사람이라 교과서에 안 넣었다”라고 한다. 또 “친일파가 만든 영웅”이라고 한다. 정말 안타까웠다. 우리가 유관순을 흠모하는 이유는 학생 신분으로, 그리고 순수한 마음으로 항일운동에 참가해 고초를 겪다가 옥중에서 순국한 일을 국민들이 높게 평가한 것임을 정말 모르는가보다.

문득 울산은 만세운동이 언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울산 만세운동 기록을 찾아보았다. 지금은 서울에서 울산까지 KTX 기차로 2시간 30분이면 도착한다. 당시는 지금처럼 교통과 통신기술이 발달하지 못해 울산은 한 달이 지난 4월 초에야 만세운동이 벌어졌다.

3·1 만세운동은 서울 파고다공원에서 시작하여 아우내 장터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다. 또 민족 대표 33인과 유관순만 나서서 외친 것이 아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불길처럼 일어났고 우리고장 울산에서도 일어났다. 울산지역에서의 만세운동은 언양, 병영, 남창을 중심으로 연이어 일어났고 다른 지역보다 더 거세게 만세운동이 펼쳐졌다. 이 과정에서 왜경의 총칼에 5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처럼 큰 희생을 치른 울산의 3·1운동은 순수한 나라사랑과 겨레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다. 울산은 독립정신이 남다른 곳이다.

필자가 멘토링 해주는 학생이 서울과 대전에 여러 명 있다. 그 중 고1 여학생이 있다. 이 학생은 유관순햇불상(賞)을 준비하고 있다. 외국에서도 인정하는 권위 있는 대회다. 충청남도와 이화여고, 동아일보가 공동주관하는 이 대회에는 단 한 번의 참가 기회가 주어진다. 마치 프로야구 신인상과 같다. 대한민국 국적을 갖고 있는 당시 유관순과 같은 나이의 고1 여학생만 참가할 수 있다.

요강에 나와 있는 구체적인 자격기준을 보면 유관순열사의 정신을 국내·외에 널리 선양 구현하는 학생, 인명구조·재산보호 등 인간의 존엄성을 실천하는 학생, 학교·사회에서 건전한 학생문화를 창조·구현하는 학생,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정의롭게 생활하는 학생, 열사관련 각종 대회에 입상하고 장래가 촉망되는 학생, 그리고 어려운 이웃과 지역사회에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학생이어야 한다.

100년 전 당시와 상황이 많이 변해 그에 맞는 유관순상(像)도 달라졌다. 자신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고 있는 규칙부터 앞장서 잘 지키면 좋겠다. 창의적으로 학교생활을 즐기면서 낮은 자를 섬기는 배려심이 가득 하면 더욱 좋겠다. ‘꿈과 끼’를 스스로 키우고 가꾸는 학생이면 충분하다.

금년이 14회째인데 내 기억엔 울산에서 이 상을 받은 여학생이 없다. 다른 지역보다 더 열렬하게 만세운동이 펼쳐진 울산에서 유관순 열사를 닮고자 하는 고1 여학생이 없다는 현실은 이해가 안 된다. 아이들 잘못이 아니다. 교육청, 선생님과 부모님의 관심 부족이고 열정이 없기 때문이다. ‘21세기 유관순’은 분명 대한민국 차세대 리더로, 영웅으로 자랄 가능성이 높다. 울산의 유관순이 되고자 노력하는 여학생이 있다면 아무리 바쁘더라도 기꺼이 멘토링 해주고 싶다.

<한국화학硏 RUPI사업단장·열린교육학부모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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