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대표축제 위한 시민들의 관심·참여 반드시 필요”
“지역사회 대표축제 위한 시민들의 관심·참여 반드시 필요”
  • 정종식 기자
  • 승인 2014.09.23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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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양섭 처용문화제 추진위원장
부족한 예산, 불철주야 발로뛰는 축제준비… 다시 부활한 ‘거리퍼레이드’
 

“그 때 거절했어야 하는 건데 골치 아파 죽겠습니다. 그래도 이왕 맡았으니 안 되면 사비((私費)라도 내 놔야죠. 예산이 모자라 개인적으로 돌아다니며 메세나 차원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22일 남구 문화원에서 만났을 때 그는 올해 축제에 다시 부활되는 거리 퍼레이드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지인을 만나고 오는 중이었다. 제48회 처용문화제 변양섭(70·사진)추진위원장을 만나봤다.

축제준비는 잘돼 가고 있나.

사람은 능력에 한계가 있는 법인데. 죽을 지경이다. 준비는 거의 다 됐다. 실무추진위원장(김호언 남구문화원장)을 비롯한 상근직원 3명과 임시직 3~4명이 거의 모든 일을 처리하고 있다. 김 원장이 기획력과 추진력이 있어 보여 일을 좀 맡아달라고 했다. 지금 무보수로 불철주야 일하고 있는 중이다. 보기 미안하다.

축제 내용이 지난해와 다소 달라졌다는데.

공업축제(처용축제 전신)당시 시행했던 거리퍼레이드를 다시 부활시켰다. 참여 모티브를 찾기 위해서다. 눈만 마주쳐도, 손만 흔들어줘도 참여 의식을 갖는 게 시민들이다. 공업축제에서 처용축제로 바뀐 뒤 그런 게 부족했다. 내용 전체를 바꾸긴 어렵다. 한번 기획하는데 2~3년 걸린다. 그래서 일부변경만 시도했다.

그 동안 축제 내용이 시민정서와 다소 멀다는 지적이 있었다.

많은 예산을 들이는 만큼 올해 행사 후 강평회를 가질 생각이다. 지금까지 그런 게 없었다. 10월에 정산을 마치고 다음해 5월에 다시 축제준비에 들어간다. 이런 식으로 답습하다보니 올해 48회 째를 맞지만 이전과 달라진 게 별로 없다. 그러다보니 지금까지 예산 모자란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 예산에 맞춰 행사를 치른 결과다. 이러면 발전이 없다. 그러나 시민정서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행사가 사람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면 좋겠다.

그 동안 축제가 소수에 의해 기획, 진행된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형편이 사무처 중심으로 가게 돼 있다. 추진위원이 30여명 있지만 실무위원은 7~8명 정도다. 그들도 상근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수년 동안 일을 맡아온 사무처 직원 몇몇이 전면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내가 추진위원장이지만 전문분야는 그들의 의견을 듣는다. 올해도 상근 직원 3명과 임시로 채용한 인력 3~4명이 행사에 매달리고 있다. 결국 예산 문제다.

행사 내용에서 처용이 축소됐다는 지적도 있었다.

나도 처음에 처용축제에 월드 뮤직이나 ‘에이팜(아시아 지역 문화예술인 학술회)’이 있는 게 이상했다. 이번 행사 후 처용과 이들 분야를 분리할 것인지 논의할 생각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론 분리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처용은 우리 문화와 해외문화의 결합을 상징하는 것이다. 그래서 올해 음악·학술회 쪽을 축소하는 대신 처용 거리퍼레이드를 부활시켰다.

이런 지적에 대해 할 말은 없나.

나도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문화계 쪽에서 흘러나온 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역 문화단체들도 당당하게 작품을 가지고 나와 참여해야 한다. 실체를 가지고 나와야지 말로만 이러쿵저러쿵 하는 건 옳지 않다. 예술단체들이 새로운 기획물을 내 놓으면 얼마든지 검토하겠다.

지난번 문체부 지원금이 삭감될 것이란 말이 있었다.

지난해 지원됐던 3억원 중 2천만원이 삭감됐다. 그러나 이건 ‘사무처 비리 의혹’과 전혀 무관한 것이다. 문체부 자체의 예산 조정과정에서 생긴 것이다.

예산은 충분한가.

거리퍼레이드에 2억원 이상 들어가기 때문에 월드뮤직을 대폭 축소했다. 그러나 이리저리 짜 붙여도 1억5천만원 정도 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예산이 모자라 개인적으로 이리저리 메세나 차원에서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문화제 예산은 지금보다 3~4억원 정도 증액돼야 한다는 게 개인적 생각이다. 그래야 행사 내용도 충실해지고 위원장도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다. 위원장이 돈 빌리러 다니면 안 된다. 올해 행사 뒤 강평회를 열면 실제로 필요한 실행 예산이 나올 것이다.

축제를 기획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거리퍼레이드를 기획하다보니 새로운 예산이 필요했다. 방만하다는 지적을 받은 부분에서 예산을 빼 왔지만 그래도 모자란다. 이럴 때는 한 푼이 아쉽다. 이말은 꼭 하고 싶다. 이번 일 때문에 대구 가톨릭대학에 근무하고 있는 최현묵 교수란 분을 지인의 소개로 만났다. 그는 울산출신이 아니다. 그럼에도 울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더라. 거리 퍼레이드 기획·감독료를 한 푼도 안 받겠다고 했다. 대개 감독료는 3~4천만원 정도인데 100% 무료로 하겠다고 했다. 정말 감동했다.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최 교수 같은 외지인도 애정을 가지고 축제에 참여한다. 울산 시민들도 반드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한다. 다음달 5일 중구 동헌에서 남구 울산문화예술회관까지 거리 퍼레이드가 펼쳐지는데 교통 불편 때문에 문제가 생길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얼마 전 1천만 서울 시민들은 외국영화를 촬영하는데 기꺼이 교통 불편을 감수했다. 국가와 지역사회에 이득이 된다면 기꺼이 고통분담을 하겠다는 것 아닌가. 그날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일부 지역에서 교통 불편이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도 고통분담차원에서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글=정종식 기자·사진=김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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