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인 교육시스템을 갖추자
혁신적인 교육시스템을 갖추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9.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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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인 아들이 대학수시에 제출할 학생부 종합전형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는 모습을 보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아이들의 개인적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우리나라 학교현장에는 스티브잡스나 피카소 같은 혁신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이 나올 수 없는 뿌리 깊은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획일화된 교육과정과 학생지도, 성적지상주의와 고교 및 대학의 서열화가 바로 그것이다.

다수 학교들은 학생 개인의 특성을 무시한 채 획일화된 체계에 순종적인 학생만 길러내고 있다. 그러다보니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자기 스스로 판단하고 주장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너무나 적다. 요즘 우리사회는 자신의 의견을 정리하고 객관적 사실에 입각하여 근거를 제시하며 서술할 수 있는 능력과 창의력 그리고 잠재력이 풍부한 인재를 요구한다.

그러나 학교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조율할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정해진 규칙과 지시에 순종하고 따르도록 교육시킨다. 이런 획일화는 점점 변질돼 ‘다름(different)’을 인정하지 않고 ‘틀림(a fault)’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에 따라 자신과 비슷한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며 다른 아이들은 따돌리고 괴롭히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것이 심화되어 집단 폭행과 자살로 이어진다. 때문에 만약 학생들의 창의력, 능력을 배양하려면 무엇보다 교육과정을 바꾸고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한다.

그동안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국 모의고사, 대학입학 실적 등 모든 결과의 합(合)에 의해 교사들의 성과급 등급이 매겨졌다. 또 이를 수치로 나타내 다른 학교와 비교함으로써 학교 간, 교육청간 경쟁을 유도했다. 이렇게 무한경쟁을 부추기고 서열화하는 환경 속에서는 상위 몇% 학생만이 영광을 누릴 수 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학습 무기력증, 기초학력 미달학생의 증가, 학교폭력의 증가, 인터넷 및 스마트폰 게임중독 증가, 학교붕괴현상 심화 등으로 다수를 패배자로 만든다.

이런 획일화 및 서열화 현상은 학생들의 다양한 재능을 낭비시킨다. 주로 대학입시 때문에 대부분 학교 수업은 국영수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재능과 소질을 찾기 이전에 주요과목에 집중하는 셈이다.

우리나라 교육현실은 학생들이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파악하기 이전에 학업에 뛰어들어 무한경쟁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위해 노력하고 서열화 점수에 맞춰 대학에 진학할 수밖에 없도록 돼 있다. 때문에 평균적으로 학습 및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낮다. 이는 나중에 한 개인의 인생완성도 및 국가경쟁력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최근 몇 년 사이 교육현장에서 나온 제도적 정책으로 성취도평가도입, 중학교 자유학기제, 일반고 역량강화사업, 문·이과 통합교육과정 논의 등과 더불어 전반적인 교육시스템 혁신이 있다. 이는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울 수 있는 기반조성 및 성적순으로 서열화하는 제도가 가져온 부작용을 극복하고자 도입한 일련의 변혁조치이다.

미래를 선도할 유능한 세계시민육성이라는 교육지표에 충실하며, 그 의무의 이행을 위해 최고의 교육시스템을 가동시키고 있는지 교육당국에 묻고 싶다. 그간 학생들에게 순종을 강요하고, 학생 개개인의 적성에 맞춘 맞춤형 교육이 아닌 ‘주요대학가기’를 위해 주요과목에 목숨을 걸게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제 이런 구시대적 낡은 교육시스템은 버려야 한다.

<김갑수 대현고 교사·교육부 교육과정 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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