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손님 줄잇는 울산 유일 국산 돼지막창집
“20년 한결같은 맛, 정성이 사람 발길 잡지요”
단골손님 줄잇는 울산 유일 국산 돼지막창집
“20년 한결같은 맛, 정성이 사람 발길 잡지요”
  • 윤왕근 기자
  • 승인 2014.09.21 21: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구 일산동 ‘동대구 막창’

▲ 박수곤(59)대표는 주 메뉴인 돼지막창 이외에도 산곰장어, 삼겹살 등 보조메뉴에도 일일이 발품을 팔아 직접 공수하고 있다.

“다른 비결은 없습니다. 밑반찬 하나에도 정성을 들일 뿐입니다”

해가 질 무렵, 고된 하루일과를 마친 직장인들의 무거운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것은 불판에 노릇노릇 구워지는 막창냄새다. 문을 열고 들어가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앉아 쫄깃한 막창에 소주 한잔을 곁들이면 쌓였던 피로가 한순간에 달아난다.

돼지 창자의 마지막 35㎝에 이르는 막창은 창자 전체 부분을 일컫는 곱창보다 도톰하고 담백한 맛과 씹히는 식감이 일품이다.

지난 19일 오후 찾은 울산시 동구 일산동에 위치한 동대구 막창. 아직 본격적인 저녁식사 시간이 아님에도 손님들로 넘쳐났다.

▲ 200kg씩 경북 고령에서 고속버스로 들여오는 울산 유일 국산돼지막창은 쫄깃한 식감과 담백하고 깊은 맛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아이를 껴안고 온 젊은 부부, 계모임 온 것으로 보이는 아주머니 부대, ‘막창’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여대생들까지 영업준비를 마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가게 안을 채웠다.

40대 이상 넥타이부대가 단골 손님 층이라는 이 식당 박수곤(59) 대표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손님 층이 다양했다.

이곳 동구에서 22년째 동대구 막창을 운영하고 있는 박 대표는 “20년 세월동안 일산동 주변만해도 막창, 곱창집이 8~9개는 됐다”며 “시간이 흐르고 보니 아직까지 막창장사를 하고 있는 건 나 밖에 없다”고 말했다.

20년째 인기를 끄는 비결을 묻자 박 대표는 손사레를 치며 겸손해 하다가 ‘꾸준함’이라고 답했다.

박 대표는 “사실 우리같이 큰 식당에서는 찬모(반찬 전담 직원)를 두고 음식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우리는 찬모를 두지 않고 집사람이 직접 파절임부터 후식메뉴인 소면 육수까지 음식을 직접 만든다”고 말했다.

▲ 동대구막창 야채들.

왜 힘들게 음식을 직접 챙기냐는 질문에 박 대표는 “음식 맛이 변하면 손님들은 기가 막히게 다 아신다”며 “찬모를 믿지 못한다기 보다 찬모가 그만두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음식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상에 올라온 상추, 깻잎, 명이나물까지 주인의 손이 안닿은 것이 없었다.

그는 “손님들이 식사를 마치고 나가실 때 ‘여기는 음식 맛이 항상 꾸준하다’는 말을 해주신다”며 “그런 말을 들을 때 가장 뿌듯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정직하고 더 좋은 품질을 내기 위해 돼지막창도 3일에 200kg씩 경북 고령에서 고속버스로 공수한다고 했다.

▲ 동대구막창은 전담 찬모를 두지 않고 주인 부부가 직접 재료를 준비하고 밑반찬을 만든다.

그는 “울산에서 국산 돼지막창을 쓰는 것은 우리 식당이 유일할 것”이라며 “그거 하나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울산에 있는)다른 막창집은 국산 돼지막창을 쓰고 싶어도 못 쓴다”며 “울산에서는 국산막창 도매업체가 없어 구할 수도 없다”고 했다.

그렇게 공을 들여오는 돼지막창의 가격은 1인분(130g)에 8천원. 다른 막창집과 가격대의 차이가 없다.

남는 게 있느냐고 묻자 박 대표는 “대신에 손님들이 많이 찾아주시지 않나. 거기서 마진은 해결된다”며 웃었다.

박 대표가 품질에 일일이 신경 쓰는 것은 주 메뉴인 돼지막창 말고도 삼겹살이나 산곰장어도 마찬가지다.

그는 “언젠가 다른 집에서 삼겹살을 먹었는데 냉동삼겹살에 3분의 2는 비계덩어리에 살코기가 조금씩 붙어있더라”며 “우리는 20년째 거래하고 있는 식육점에서 좋은 부위만 달라고 매번 주인에게 잔소리(?)를 해 공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정성 때문인지 동대구막창은 20년 세월을 지나오면서 수많은 고깃집이 겪었던 풍파를 다 이겨나갔다.

박 대표는 “그동안 식당을 경영하면서 돼지 콜레라, 광우병파동 등을 겪었지만 우리는 그렇게 큰 피해가 없었다”며 “단골손님들이 우리 부부가 어떻게 음식을 준비하는지, 얼마나 정성을 들이는지 알아주셨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날도 나이 지긋한 신사들이 식당에 들어와 박 대표와 인사를 하며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는 모습이 빈번했다. 20년 세월, 위기를 벗어나게 해준 고마운 은인들이다.

인연의 중요함을 알기 때문인지 박 대표는 ‘울산사랑나눔회’, ‘일산유원지상가 번영회’ 등의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내가 받았던 감사함을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야 나에게도 좋은 기운이 돌아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꾸준함과 정성 그리고 청결만큼은 반드시 약속한다”며 “좋은 친구와 언제든지 찾아오셔서 불판에 노릇노릇 구워지는 담백한 막창을 맛보시고 인생의 행복도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왕근 기자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