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회-7. 배신과 응징(3)
75회-7. 배신과 응징(3)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9.18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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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행동이라니, 그것은 또한 무슨 말인가?”

“전령이 전해온 말로는 적의 무리들이 성문을 불태우고는 성안으로 진입하지 않았는가하면 성을 공격하기보다는 외곽을 맴돌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필시 성을 공격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는 우리 다라국에 대한 반감의 표시로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달포 전에 서역에서 온 교역자들이 가지고 온 물건을 빼앗고 사람들마저 잡아가는 일을 저지른 것이 바로 거리로 보아 졸야산성과 가장 가까운 곳이옵니다. 이런 점으로 보아서도 이 두 사건은 무관한 것이 아니라 같은 무리들에 의해서 저질러진 일이 분명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상수위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듣고 보니 그 말이 실없어 들리지는 않는구나. 하지만 아우가 부왕의 나라였으며 형의 나라인 우리 다라국에 그런 짓을 하였다는 것이 차마 믿어지지가 않는구나.”

“그러시겠지요. 비록 어려서 서로 다른 길로 헤어졌다고는 하지만 혈육은 혈육 아니옵니까?”

“어이 그러하지 않겠는가.”

“어찌 생각해 보면 혈육이기 때문에 더 원한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혈육지간이 멀어지면 남보다 더 못한 철천지수가 되는 것이 인간사이니 말이옵니다.”

상수위의 말은 아직도 조심스러웠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인간의 일이란 것이…….”

진수라니 왕은 말을 잇지 못했다. 왕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져서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상수위 아사비도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상수위는 명일 다시 들러 이 문제를 논의해 보겠다고 말하고 정전을 물러났다.

다음날 상수위가 다시 정전에 들렀을 때 무태산성으로부터 급보가 도착해 있었다.

“새벽녘에 무태산성이 공격을 받았다는 연락이 왔다.”

왕은 자리에 일어서서 정전을 서성이고 있었다.

“내가 직접 가서 보아야겠다. 이렇게 동시 다발적으로 우리의 산성이 공격을 당하는 데는 필시 엄청난 음모가 숨어 있음이 틀림없다. 더구나 죄인들을 투옥해 놓은 무태산성을 공격해왔다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는가? 그자들이 누구이든 내가 직접 잡아서 사지를 찢어놓고 말겠다.”

궁성 밖을 내다보는 왕의 눈엔 독기가 서려 있었다. 진수라니왕은 이미 출정을 결심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 출발하도록 하라.”

진수라니의 명이 떨어지자마자 상수위는 궁성에 주둔하고 있는 호위병과 호위군장 명궁수 능치기말을 궁성 앞에 대기 시켰다. 진수라니 왕이 갑옷을 차려 입고 말투구와 마갑까지 갖추어 말에 올라 무태산성으로 출발했다.

산성의 앞쪽은 길이 막혀 있었다. 그리고 적이 매복해 있을 수 있었기 때문에 강을 건너 산으로 올라가서 산성 뒤로 접근하는 것이 안전할 것 같았다. 평시에 늘 강을 건너고 산을 오르는 훈련을 받은 말들이라서 단숨에 목적지에 닿을 수 있었다.

글=이충호/그림=황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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