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위경근(重爲經根)
중위경근(重爲經根)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9.17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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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도덕경에 중위경근 정위조군(重爲輕根 靜爲躁君)이라는 말이 있다. ‘무거움은 가벼움의 뿌리이며, 고요함은 시끄러움의 임금이 된다’라는 의미이다. 가훈으로 정하여 삶의 기준으로 삼기로 한 경구이나, 내 아이가 잘 자라서 이 사회를 떠받치는 반석과 같이 큰 존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도 이 구절을 가훈으로 삼았다.

무거움이란 신중하고 말없이 버티어주는 반석 같은 것이고, 그것이 있어야, 그 위에서 온갖 가벼운 것들이 자리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여 교훈을 얻곤 한다. 그렇다면 무거움에 비유할 수 있는 것들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초석(礎石)은 기둥 밑에 기초로 받쳐놓은 주춧돌을 의미하다. 영어로는 coner stone(모퉁잇돌)이라 한다. 주춧돌은 그 몸의 태반이 땅에 박혀 있으며, 더욱이 구석진 곳에 위치하여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한 가운데서 화려한 몸짓을 뽐내지 않으며, 자기를 주장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 역할은 너무도 커서 건물 전체를 떠받들 수 있게 만드는 기초와도 같은 것이다.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최근의 일어난 동공함몰 사건도 기초가 튼튼치 못하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빙산은 70%가 물에 잠겨 있다고 하며, 이 부분이 없다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요동을 치게 될 것이다. 세월호가 전복된 중요한 요인으로 배의 무게중심이 아래에 있지 못하고 너무 위에 있기 때문에 뒤집혔다고 말하지 않는가?

우리사회는 반석 위에 세워져야 한다. 반석이라 함은 넓고 평평한 큰 돌을 말함이나, 사물이나 사상 따위가 아주 견고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국가라는 반석이 강고하지 못하면 국민 제각각의 생각들이 흩날리고, 사상과 이념들이 충돌하며, 삶의 환경이 요동치게 될 것이다.

예수님의 열두제자 가운데 수제자인 그래서 초대교황으로 추존되는 베드로의 또 다른 이름이 ‘게바’이고 이는 바위, 반석이란 뜻이다. 기독교 이천년의 역사를 받치고 있는 적절한 이름이라 할 만하다. 반석이 없거나 무를 때, 그 위에는 아무것도 올려놓을 수 없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콘트라베이스’를 읽어보면, 결혼을 놓친 나이든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의 원망 섞인 넋두리가 나온다.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베이스는 모든 악기소리를 모아주는 반석이 된다. 베이스가 없으면 다른 악기에서 나는 소리는 모아지지 않고 폭발음처럼 사방으로 흩어져 버리고 만다. 베이스는 현악기 중에서 가장 저음을 내는 악기이다. 잘 들리지도 않아서 주목받는 일도 없다. 그리고 묵묵히 다른 악기를 받쳐주기만 할 뿐 정작 자신의 음색을 자랑할 줄도 모른다.

가장 중요하면서도 늘 스포트라이트로부터 소외받는, 사회의 주인이면서 대접받지 못하는 우리 소시민의 모습이 콘트라베이스에 오버랩 되어 안쓰러운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쩐 일일까?

우리는 베이스 연주자가 되려고 하기 보다는 현란한 음색을 자랑하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고 싶고, 화려한 소프라노 가수가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베이스 연주가가 필요하다. 현란한 말솜씨를 자랑하는 정치인이나 자기 목소리만 주장하는 정치 선동꾼이 아닌 묵묵히 자기 역할을 감당해 나가는 베이스주자와 같은 사람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의 평범함과 상식이 반석이 되는 사회, 그 반석위에서 참 자유를 누리며 멋지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나가는 민초들, 그로 말미암아 누구나 행복한 우리나라, 그런 대한민국을 다시 한번 꿈꿔본다.

<박서운 울산과학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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