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를 기다리며
혁신도시를 기다리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9.1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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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시는 국토의 균형발전과 지방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공공기관을 이전하여 선도거점화하고, 지역전략산업과 연계하여 지역의 대학, 연구소, 산업체,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하여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지역발전을 견인하고자 조성된 신도시이다.

울산 우정혁신도시는 현재 부지공사가 거의 완료되고 한국동서발전을 비롯하여 5개 기관이 이전완료 되었으며, 연말까지 2개의 공공기관이 더 이전하게 된다. 주택분양 또한 공동주택의 12개 단지가 분양되어 8개 단지의 4천가구 이상이 이미 입주하였다.

하지만 공사 마지막 단계에 접어든 지금, 이전 공공기관 직원의 가족 동반 이주비율이 10 % 미만에 불과해 공공기관 이전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지금 당장 가족이 함께 이주하지 않아 혁신도시 내 인구구성에 문제가 있다던가, 생활터전이 옮겨지지 않는 종사자에게 지역정체성을 가지게 하는 것이 힘들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가족이 기존의 주거지를 옮기는 것은 매우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특히 재학 중인 자녀를 둔 경우 주거지를 바꾼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혁신도시의 인구구성과 기능정착을 단기간에 평가하거나 기대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신도시내의 상업, 업무, 교육, 문화, 여가 등 정주기능이 정착돼 도시적 면모를 갖추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며 고용을 통한 기관 및 종사자의 지역정체성이 확립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

현재의 우정혁신도시는 공동주택의 입주와 일부 공공기관의 이전만 완료됐을 뿐 공공기관과 관련된 산·학·연의 연계협력체계는 아직 구축되지 못한 상태다. 때문에 클러스터 부지의 기능이 미흡하며, 공동주택이 개발되었으나 이들 주민을 위한 주거서비스 기능의 입지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공공기관 종사자의 가족이주 비율만으로 혁신도시의 정체성이나 지역파급 효과에 대한 평가를 내린는 건 성급한 일이다. 이보다는 혁신도시가 정주환경으로써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여타 시설의 입지와 기능 정착을 기다릴 필요가 있다. 또 인접한 중구 구도심과 소생활권을 구성하기 위해서 기존 중구지역의 상업, 업무, 문화기능의 강화를 꾀하는 게 우선순위다.

특히 우정혁신도시는 동서방향으로 6.5㎞에 이르러 중구 구도심지역을 남쪽으로 대부분 접하고 있다. 이러한 입지적 성격으로 인하여 신도시만의 독립적인 생활권 형성이 어려운 반면, 남쪽의 기존 시가지와 연계된 생활권 구성이 가능한 구조이다. 자칫 북부순환도로로 인하여 이격될 수 있지만, 도보동선의 연계, 녹지축의 연계, 학군 등 교육서비스 연계, 문화복지시설 이용권 연계 등을 통하여 남북방향의 생활권 형성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또한 신도시에서 찾기 어려운 중구 구도심지역의 역사, 문화, 도심서비스 기능의 강화를 통하여 신·구시가지의 상생을 기대할 수 있다.

이전 공공기관의 업무와 지역내 산·학·연·관의 기능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계돼 지역경제에 파급효과를 발생케 하는지, 신규로 조성되는 도시기반시설의 이용권이 기존 시가지와 얼마나 잘 연계되는지, 중구 구도심지역의 도심서비스기능을 역사·문화적으로 특화해 얼마나 활성화할 수 있는지 등이 우정혁신도시의 성공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장기간의 노력과 관찰을 통하여 평가받아야 한다. 성급한 평가보다 신도시의 혁신기능의 정착과 기존 도시와의 연계성이 형성될 때까지 함께 노력하고 기다리는 정책 환경이 필요하다.

<이주영 울발연 도시공간실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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