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위기
민주주의의 위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9.15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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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데 해법의 실마리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지금 경제를 이끌고 있는 삼두마차 즉 기업, 가계 그리고 정부가 추진력을 잃어가고 있다. 불확실한 대내외 여건 속에서 기업은 더 이상 투자를 늘리지 않고 소득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있다. 정작 경기를 부양해야할 정부도 늘어나는 보편적 복지 때문에 옴짝달싹 하지 못하는 상태다.

작금의 경제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가 나서야 한다. 우선 기업이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일이 시급하다.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야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가계부문의 소득이 늘어날 것이다.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는 소비의 증가는 일시적인 수요 확대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진정한 경기진작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정부는 적극적으로 공공사업을 실시해 민간부문에서 부족한 일자리를 공공부문에서 충족시켜야 한다. 공공근로 등 일시적이고 땜질식의 일자리를 제공하는데 머물지 말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도로 및 항만건설, 교통시설 확충, 산림 개발, 하천 보수 등 공공사업을 벌여 나가야 한다.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정부가 공공사업을 추진하려면 당장 관련 법률과 규정의 개정·보완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재 이러한 법규 개정안이 정치권의 극심한 분열과 무분별한 대립으로 뒷전에 밀려나 있는 상태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의사결정은 다수결의 원칙에 따른다. 그러나 작금의 우리나라 정치 상황은 이러한 민주주의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통과된 의사결정도 반대편에서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효력을 발생할 수 없는 상태다. 한마디로 말해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국론 분열로 우리 경제가 극심한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는 이 순간에도 중국을 비롯한 주변 경쟁국들은 끊임없이 우리를 추월하고 있다. 그 예로 최근 중국이 기존 LCD TV보다 화질이 좋고, OLED TV보다 원가가 낮아 차세대 TV로 주목받는 ‘양자점 TV’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 시장에도 ‘화류(華流)’가 밀려들어 중국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롤)가 시장점유율 40%를 넘어섰다. 지난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갤럭시가 중국의 신생업체인 샤오미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샤오미는 ‘짝퉁 애플’로 불리던 회사로 창업한지 4년 만에 6대 글로벌 스마트폰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에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크게 줄면서 이른바 ‘실적 쇼크’를 냈다.

세계 IT시장은 지금 격변의 중심에 있다. 중국의 스마트폰 수준은 삼성에 근접했고, 전통적 강자인 유럽이나 과거의 패권을 되찾으려는 일본의 기세도 대단하다. 최고의 품질과 가격을 내세우는 독일 가전업체 밀레는 최근에 지멘스나 보쉬 보다 훨씬 비싼 드럼세탁기를 선보일 정도로 자부심이 남다르다. 이처럼 여러 분야에서 우리는 험난한 도전을 받고 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창조와 혁신을 통한 끊임없는 기술 진보만이 우리의 살길이다. 더 이상 정치권이 경제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일제 강점기 시절 도산 안창호 선생은 우리 민족에게 “그대는 나라를 사랑하는가. 그러면 먼저 그대가 건전한 인격이 되라. 나 하나를 건전한 인격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 민족을 건전하게 하는 유일한 길이다” 라고 했다. 지금은 남의 탓을 할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먼저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이창형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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