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회-6. 아버지, 그 아버지의 나라(9)
71회-6. 아버지, 그 아버지의 나라(9)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9.14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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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역 사람들이 오기는 왔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진수라니 국왕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오기는 왔사오나 다 오지 못하였사옵니다.”

“다 오지 못하였다면, 오는 도중에 무슨 변고가 있었단 말인가?”

“그러 하옵니다. 전하. 오는 중에 교역할 물건들을 다 빼앗기고 몇 사람은 잡혀갔다고 합니다.”

“어디에서 그랬단 말인가?”

“신이 생각하기로는 졸마국과 사이기국(의령군 부림면) 경계 지역 어디쯤인 것으로 여겨지옵니다.”

“졸마국과 사이기국의 경계지점이라고?”

왕은 뭔가를 생각는 듯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서역 사람은 그 지역을 잘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정을 잘 말하지 못하옵니다. 그러나 남제(南濟) 사람으로 그를 태워 여기까지 안내해온 사람이 그 사정을 말하였사옵니다.”

“남제 사람은 이미 여러 차례 왕래한 적이 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그러하옵니다. 남제 사람들은 이미 60여 년 전 하지왕 때부터 가라국과 통교하였으며 우리와 통교한 것도 비슷한 시기였사옵니다.”

“그나저나 외부와 연결되는 그 길마저 막힌다면 큰일이 아닌가. 대체 어느 곳의 소행으로 보이는가?”

“그 위치로 짐작컨대 졸마국의 어느 성주의 짓인 것 같사옵니다.”

“졸마국의 어느 성에서 그랬을 것 같다고?”

졸마국이란 말에 진수라니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곳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창산성 성주에게 병사를 이끌고 가서 그 경위를 확인해 보라함이 어떻겠사옵니까?”

진수라니의 표정이 굳어지자 하한기의 말도 매우 조심스러워졌다.

“병사를 보낸다고 그들이 쉬 잡아간 사람들을 내어 놓겠는가? 아마 그들은 이미 그들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겠느냐. 내 생각으로는 그냥 두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비록 그들이 우리에게 가져오던 값진 물건들이 다 털렸다고 하나 도로 찾기는 이미 어려울 것 같다. 문제는 빼앗긴 그 물건들이 아니라 앞으로가 더 문제인 것 같다. 우리의 유일한 대외 통로가 그들에 의해서 차단된다면 대외 교역에 큰 타격을 받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왕의 음성이 떨렸다. 그의 무거운 마음이 음성에 실려 그대로 밖으로 나왔다. 신라가 나동강 하류 지역을 장악하기 전에는 낙동강이 천혜의 대외 교역로였다. 옥전 앞에서 배를 띄워 황강을 따라 동쪽으로 나가면 바로 낙동강과 만나게 되고, 그 대강을 따라 흐르면 아라국, 탁순국, 비사벌국(창녕), 가락국 등 대부분의 나라에 닿을 수 있었다.

백제와 신라, 고구려와도 이 통로를 이용해서 활발한 교역을 하여왔다. 그리고 거기서 더 나가면 바다를 통해 왜국, 남송, 동진과 닿을 수 있었다. 황강과 낙동강이 만나는 적포에는 다라와 교역하기 위해서 와서 기다리는 배들로 가득했다.

글=이충호/그림=황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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