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하는 상생
다시 생각하는 상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9.10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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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의 노사협상을 보면서 기억의 편린을 끄집어내 듯 다시 상생을 생각한다. 그동안 상생이란 단어가 하도 익숙해 ‘그러려니’ 하는 바람대로 살다가 불현 듯 단추가 잘 못 끼워진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해 졌기 때문이다. 해마다 돌아오는 노사협상에서 파업이 되풀이 되고 있는데 무슨 ‘상생’이란 말인가. 노사는 잠깐의 휴전만 있을 뿐이고 투쟁 상태에 있다. 올해는 현대중공업도 이 투쟁 상태에 들어갔다.

물론 노사협상을 파업에만 초점을 맞춰 본다면 본의가 왜곡된다. 일한 만큼 대가를 더 반영해 달라는 통상임금 문제나 계층 간 골을 더 깊게 만드는 비정규직 문제, 물가인상분에 못 미치는 임금인상 문제 등 속내를 보면 노동자들의 할 말이 더 많다. 그렇더라도 경영자측을 적(適)으로 보고 투쟁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두 눈 시뻘겋게 뜨고 한국이 꼬꾸라지길을 바라는 경쟁국이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경영환경이 어려워 지고 있다. 여태까진 노사가 한 발만 양보하고 했지만, 지금부턴 두 걸음, 아니 열 걸음 더 양보해야 된다. 정말 같이 살자는 ‘상생’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상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다시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1일 박근혜 대통령은 노사정위원회를 연 자리에서 “지금 우리 경제는 고용 없는 성장, 노동시장 양극화, 인구 고령화 등 여러 가지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는데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느냐 아니면 정체의 터널에 갇히고 마느냐가 결정되는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며 “21세기는 국가의 경쟁력이 기업과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이제 우리 노사도 눈앞의 이익보다는 국가와 자손들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상생의 길을 찾아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울산상공회소 김 철 회장도 “지금은 상생이 절실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5일부터 29일까지 선진노사문화시찰단을 이끌고 일본을 다녀온 후 소감이다. 김 회장은 “침체의 늪에서 다시 살아나고 있는 일본 경제는 안정된 노사문화가 그 출발점이었다”며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낸 일본의 공동체적 인식은 ‘당장 눈 앞의 이익보다는 미래를 준비하자’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냈고, 이런 합의는 아베노믹스에서 더욱 꽃을 피우고 있었다”고 밝혔다.

울산상의는 지난해 미국 디트로이트를 다녀와 그들의 투쟁적 노사문화가 얼마만큼 해악을 끼쳤는지를 보고하며 지역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과도한 임금인상과 복지에 대한 요구는 생산물량과 공장을 외국으로 옮기게 했고, 이 여파로 디트로이트는 일자리가 사라져 슬럼화 됐다. 지금 디트로이트는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명맥만 남았던 GM이나 크라이슬러가 노사상생으로 뛰고 있기 때문이다.

디트로이트는 울산의 ‘타산지석’이다. 현대차가 매년 투쟁적 노사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에 맞선 현대차는 해외현지법인 강화에 나서고 있다. 국내서 생산 못하는 물량은 해외서 하면 된다는 뜻이다. 이를 반영하듯 정몽구 회장은 추석연휴 인도와 터키 공장을 방문해 “철저한 현지화”를 강조했다.

현대중공업은 어떤가. 값싼 임금의 중국이 세계 신조시장에서 위력을 떨치고 있다. 기술이 부족할 것이라던 중국은 2009년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며 한국에서 건너간 기술자들의 기술을 습득해 격차를 따라잡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가 투쟁하면 ‘말뫼의 눈물’ 크레인이 ‘울산의 눈물’로 바뀌는 비탄에 빠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정인준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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