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회-6. 아버지, 그 아버지의 나라(4)
66회-6. 아버지, 그 아버지의 나라(4)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9.02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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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성의 일을 맡아 보는 대신들과 야철지의 철장들, 그리고 수많은 산성을 지키는 성주들은 과인의 뜻을 따르고 과인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는 진파라 하한기의 뜻을 쫓아서 나라의 일을 행하는 데 한 치의 오차도 없도록 하라. 나라의 힘은 오직 만백성에게서 나오고, 그 백성을 다스리는 것은 나라의 율령이거늘 어찌 율령의 정비를 또한 늦출 수 있겠는가.”

“지당하신 말씀이옵니다. 전하-.”
아사비 상수위가 다시 말을 받았다.
“한시도 늦추지 마옵소서.”
무도치 이수위가 거들었다.
“알겠도다. 그대들의 뜻이 그러한데 어찌 시급을 늦출 수 있겠는가.”

진수라니는 어떤 의미심장한 말을 하려는지 잠시 입을 굳게 다물고 다시 도열한 대신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참 만에 다시 잊을 열었다.
“여러 날을 생각해 보았다. 나라를 강하게 하는 데는 더 많은 사람들이 필요할 것이오. 한때 나라에 해악을 끼치고 배반한 자라 할지라도 진정으로 뉘우치고 다시 나라에 몸을 바칠 수 있다면 내 그를 너그러이 용서하기로 하겠다. 연전에 모반을 일으켜 국법을 어긴 필모구라를 용서하기로 하였다.”
“전하-.”

여러 사람의 입에서 터져 나온 그 소리는 분명 진수라니왕의 뜻에 반대하는 소리였다.
“그대들의 뜻을 어찌 내가 모르겠소. 그러나 필모구라는 그의 할아비에서 아비에 걸쳐 이 나라의 근간을 이룩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그리고 필모구라가 가진 야철 단조의 기술은 어느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경지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그대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가 한 때 잘못된 생각으로 나라에 모반하였으나 내가 그를 한쪽 눈만 불구로 만들어 못쓰게 하고, 죽이지 않고 산성 땅굴에 가두어 살려둔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그를 궁성의 뒤뜰에 데려다 놓았다. 그를 이리로 데려오라.”

“전하, 아니 되옵니다. 그 자를 다시 불러들여 자리를 준다는 것은 그 자의 손에 다시 모반의 불씨를 쥐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이옵니다.”

다시 상수위가 말을 했다. 상수위는 얼굴을 붉힌 채 진수라니왕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진수라니의 결정에 반대하는 뜻이 너무나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 나라를 다시 강력한 군사력을 갖춘 나라로 만들기 위해선 사람을 죽이기보다는 그 사람들을 이용하는 것이 나라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이루어진 결정이니 그리 알아주길 바란다.”

“전하, 용서해 주어야 할 사람은 그자가 아니옵고 지금도 무태산성 석굴에 갇혀 계시는 왕비이옵니다. 그 석굴에서 유폐의 시간을 보낸 지가 벌써 몇 해입니까. 이제 비를 용서해 주셔야 하옵니다.  모반을 도모한 자를 용서해 주시겠다는 그 넓으신 마음으로 이제 왕비를 용서해 주시옵소서. 그것은 이곳에 모인 대신들이나 시종들의 한결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상수위가 울먹이듯 말했다.

글=이충호/그림=황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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