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회-6. 아버지, 그 아버지의 나라(3)
65회-6. 아버지, 그 아버지의 나라(3)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9.01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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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마침내 그곳의 사람들을 불러 모아 서로 힘을 합쳐 여기 이 땅에 나라를 세운 것이 지금 위대한 우리의 다라국이란 것을 그대들도 잘 알 것이다. 우리의 시조왕이 세우고 누대에 걸친 선왕들이 땀으로 키우고 피로써 지켜온 것이 바로 이 나라가 아닌가.”

진수라니왕의 시선은 다시 대신들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말없이 얼굴을 쏘아보며 지나가는 시선에 백전노장의 장수들조차 얼어붙은 듯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어찌 선왕들의 힘으로만 이룩된 것이겠는가. 역사를 거슬러 오르면 그 선왕들의 뿌리가 되었고 이 나라의 뿌리가 되었던 가락대국이 있지 않았던가. 천지가 개벽하고 아직 나라도 없고 왕도 없던 아도간, 여도간 등 9간(干)이 다스리는 그 땅에 하늘에서 내려온 여섯 개의 황금알에서 태어나셔서 나라를 세워 왕이 되시고, 그 나라의 이름을 대가락이라 하지 않았던가.

나머지 다섯 알의 주인들도 멀리 떨어져서 나라를 세우니 그 나라가 바로 가라국( 고령), 성산가야(성주), 아라가야(함안), 고령가야(상주 함창), 소가야(고자국, 고성군)가 아니었던가. 수로왕께서는 인도 아유타국의 허황옥 공주을 맞아 황후로 삼으시고 일곱 왕자를 낳으시니 곧 가락국의 뿌리가 되었다는 것을 과인은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느니라.“

진수라니왕의 말은 정전을 울리고 그 소리가 다시 돌아올 만큼 크고 힘이 넘쳤다.

“그러나 그 여섯으로 나뉘어 나라를 세운 것이 결국 독이 되고 말았다는 사실을 그대들은 알고 있는가? 서로를 합쳐 하나의 강대한 나라를 만들지 못하고 가락국이 500년 만에, 주변 여러 부족과 함을 합친 사로국의 후손들에게 나라를 내어주고 말았으니 말이다. 가락국이 사로의 후손들에게 나라를 내주었다는 소식을 듣고 탄식하다 부왕께서는 승하하시지 않았던가.”

이제 진수라니의 음성에 비통함이 묻어났다. 진수라니의 말을 듣고 있는 대신들의 마음도 비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나는 믿는다. 우리에게 건국의 땅을 빌려 주시고 지켜 주시는 가야 제국(諸國)의 국모이신 가야산신 정견모주가 계시지 않는가. 정견모주가 계시는 한 가야국의 힘은 영원할 것이며 어떠한 외적의 무리도 감히 국경을 넘보지 못할 것이다.”

“황공하옵니다, 전하--.”

도열한 대신들이 입에서 일제히 감격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렇다. 분명 정견모주가 계시지 않는가. 나는 기필코 이 나라를 더 강력하고 부유한 나라로 만들 것이다.”

진수라니는 굳게 입을 다문 채 눈에 힘을 주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의 뇌리엔 많은 생각들이 스쳐갔다. 나라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이냐 하는 생각들이 떠올랐다 지워졌다.

“이러한 나라의 일을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필요할 것인즉 선왕의 둘째 왕자이자 과인의 아우인 진파라 왕자를 공석 중인 하한기의 자리에 임명하여 나라의 일을 맡아보게 하였다.”

진수라니 왕의 말은 계속되었다.

글=이충호/그림=황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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