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에게 똥주를
완득이에게 똥주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9.01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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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 영화화돼 500만 이상을 극장가로 불러모은 ‘완득이’란 소설이 있었다. 완득이가 괴짜 선생 똥주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난쟁이 아버지와 베트남 출신 어머니를 둔 완득이는 필경 사회에서 낙오자가 되어 범죄자가 되든지 아니면 자신의 생계도 책임지지 못해 국가의 사회보장제도에 의지하는 삶이 되지 않았을까?

국제결혼은 점차 늘어나 현재는 10쌍 중의 1쌍이 국제결혼이라고 한다. 2012년 조사에 의하면 다문화가정 학생 수는 중등과정 이상이 3만여 명, 초등과정에 진입한 인구가 11만여 명으로 그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그들의 어머니가 한국어 구사 능력이 미흡하기 때문에 언어발달이 지연되고, 학습을 도와주지 못하므로 학습 부진과 학업에 흥미를 잃기 쉽다. 또한 다른 외모로 인해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를 당하거나 어머니 나라에 대한 일반적인 비하 분위기로 고통받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학습부진과 소외로 인한 학교생활 부적응은 가출이나 탈선으로 이어지고 범죄 환경에도 쉽게 노출되어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극복할 한 축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야 할 이들이 오히려 사회적 부담으로 남겨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들에 대한 올바른 관심과 지원은 국가의 미래와 연결된 중요한 사회문제이고 시급히 그 대책을 수립하여야 할 시점이다.

얼마 전 결혼이주 여성들이 모여 자신의 출신 국가 언어를 배울 수 있는 교과서를 만들어 그들의 자녀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 학생들에게 언어와 역사, 문화를 가르치고 있다는 보도를 보았다. 이들의 시도는 다문화교육의 패러다임을, 다문화가정 학생들로부터 일반 학생들로 바꾸는 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소수가 다수에 흡수되는 교육이 아니라 다수가 소수를 포용할 수 있도록 하여 문화의 외연을 넓히는 일이며, 단일민족 국가에서 다민족 국가로 글로벌화 되는 변화의 올바른 시작이다. 이렇게 되어야만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자신들의 어머니 나라에 대한 참된 애정을 갖게 되어 언어, 역사,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생활 속에서 습득한 이중언어 구사능력과 어머니 나라에 대한 애정 깊은 이해는, 그들이 자라서 사회로 나올 때 다문화출신이 약점이 아니라 강점으로 부각될 것이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실추된 자존감을 회복시켜주는 것에 있다. 어머니 나라에 대한 상대적 열등감과 몰이해는 자녀의 자존감을 해쳐 자신감을 떨어뜨린다. 진정한 다문화 사회를 위해서는 우선 이주여성의 한국어 능력을 생활언어 구사 단계에서 자녀들의 학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고급 단계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고급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이주 여성들을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방과후 교사로 활용하여 자신들의 모국에 대한 언어, 역사, 문화 등을 가르치게 함으로써 편견 극복을 도울 수 있다. 앙코르와트나 미얀마 바간의 불탑들을 보았을 때의 감동을 어릴 때부터 맛보게 하는 것이 진정한 다문화교육이 아닐까?

28일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4월말 기준 지역 초등학교의 다문화가정 학생 수는 941명으로 불과 2년 만에 배 가까이 증가하였다고 한다. 같은 기간 동안 전체 초등학교 학생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이들의 올바른 성장이 울산 지역경제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그들이 좌절하는가 세계화를 선도할 자원이 되는가는 이 사회에 똥주가 얼마나 많은가에 달렸다. 울산에서도 개인 차원이 아닌 지자체 차원에서 10년 뒤를 내다보고 이들에게 똥주가 되어줄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할 시점이 아닐까? 세계 시장에서 당당하게 활약하는 많은 완득이를 진정으로 보고 싶다면.

<최순호 울산과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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