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회-6. 아버지, 그 아버지의 나라(2)
64회-6. 아버지, 그 아버지의 나라(2)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8.31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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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성과 군영을 만들고, 더 많은 칼과 창을 만들어 성마다 넘쳐나게 할 것이며, 산과 들엔 더 많은 농작물을 심어 집집마다 양식이 넘쳐나게 할 것이니 신들도 한 치의 마음의 흐트러짐이 없이 나의 말을 따르고 지켜주시길 바라는 바이다.”

진수라니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황공하옵니다.”

대신들은 하나 같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 진수라니 왕은 도열한 문무 대신들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왕의 시선은 마치 참석한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기라도 하듯 천천히 한 사람 한 사람씩 얼굴을 훑고 갔다.

“야철지를 키우시고 이 나라를 백년 화평의 시대를 열었던 부왕께서 노환에 계시는 동안 나라의 기강이 흐려지고 모반을 도모하는 불경한 일도 있었지 않았는가. 비록 그들을 징벌하고 그런 자가 다시는 고개를 들 수 없도록 하였지만 아직도 불충한 의도를 가진 자가 있다면, 그 사지를 찢어 까마귀밥이 되게 할 것이며 그 족속은 하나같이 죽여 야철지 불화로에 던져 넣을 것이다. 나라를 위해하고 적과 내통하는 자 또한 삼족을 멸하게 할 것이니 모두가 이 나라의 안위를 위하여 모든 것을 바치도록 하라.”

“황공하옵니다.”

대신들은 다시 한번 깊게 고개를 숙였다.

“그대들도 알 것이다. 이 나라의 내력을. 어떻게 세운 나라란 것을 그대들은 너무나 잘 알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백년하고도 또 백년 전 왜가 신라를 침입하여 서라벌을 정복하지 않았던가. 그때 신라왕이 고구려 광개토왕에게 도움을 요청하니, 광개토왕이 군사 5만을 보내어 왜군을 토벌하고 신라를 구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결국은 그것이 고삐가 되어 광개토가 서라벌은 물론이고 가락(금관가야)에까지 손을 뻗쳤다는 것은 그대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이시품 왕이 다스리던 가락국의 그 많은 땅들이 광개토의 병력의 말발굽에 밟히고 생활의 터전을 잃게 되었다는 것을 또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칼에 죽고 또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말에 매달려 끌려가는 참화를 겪지 않았던가.”

진수라니왕은 마치 그때를 생각하듯 지그시 눈을 감았다.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 말이 너무 아픈 기억으로 들려서 그런지 훌쩍거리는 시종들도 있었다.

“그때 우리의 조상들이 어떻게 하였던가. 땅을 잃고 거처를 잃어 갈 곳이 없던 그 유민들을 데리고 이곳 옥전 천혜의 땅으로 오지 않았던가. 엄동설한 북풍을 안고 오다가 얼마는 얼어서 죽고, 또 얼마는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었다는 것을 들어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굶어죽은 처자식을 버리고 걸어오던 사람들의 아픔이 어떠했는지는 어떻게 말로 할 수 있겠는가…….”

“황공하옵니다, 전하-.”

상수위가 머리를 조아리자 모두가 머리를 조아렸다.

“산천의 초목 뿌리를 캐어 먹고 그 겨울을 견뎌낸 사람들이 봄을 맞아 씨를 뿌리고, 그 씨를 거두어 다시 씨를 뿌리고 거처를 마련하였다.”

진수라니의 말은 계속되었다.

글=이충호/그림=황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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