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 보존에 국격이 달렸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에 국격이 달렸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8.31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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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285호 반구대암각화는 국보 147호 천전리각석과 더불어 울산 유이한 국보 문화유산이다. 감히 신비의 계곡이라 할 수 있는 반구대와 대곡천을 따라 두 보물이 위치해 있다. 특히 반구대암각화는 옛 선사인들의 생활상을 그대로 커다란 바위에 옮겨놓은 대서사시다. 이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지닌 걸작이며, 우리 민족만의 고유한 보물이며, 알타미아 동굴벽화를 능가하는 귀중한 인류 문화유산이다.

국내 고고학자들은 반구대암각화를 ‘천년고도 경주를 다 준다 해도 바꿀 수 없다’, ‘삼성보다 훨씬 더 큰 가치가 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아마 여기에는 비단 문화적 가치만이 아니라, 이를 효율적·합리적으로 관리하고 극대화시킬 경우에 따른 경제적 이익도 포함되었으리라 짐작된다.

그러나 이러한 엄청난 가치에도 불구하고 암각화는 그동안의 관리 소홀과 무관심 등으로 인해 빠르게 훼손되고 있고, 가장 큰 원인은 수중 물고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울산시와 문화재청, 전문가와 학자들이 보존에 대한 여러 가지 방안을 논의한 끝에 가변형 물막이 시설인 카이네틱댐으로 가닥을 잡고 현재 안정성 실험에 들어간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방법이 과연 최상의 방법일까. 그 동안 많은 전문가와 학자들이 반대의견을 내놨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연댐 담수 식수부족을 이유로 카이넥팀댐을 주장한 울산시측과 문화재의 공익적·경제적 가치를 들어 댐 수위를 낮추거나 댐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한 일부 전문가와 학자들이 대립각을 세워왔다.

울산시가 주장하는 물문제가 진정 심각한 정도이며 과연 극복할 방안이 없는지에 대해 필자는 상당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물 문제는 행정적·정치적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고 본다. 인접해 있는 운문댐과 밀양댐과의 행정적 협상도 가능하고, 해수담수화사업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울주군의 입지를 이용한 소규모 댐 조성으로 원수 공급체계를 새롭게 구축한다든지, 낙동강 물을 고도정수시설을 통해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따라서 울산시가 먼저 반구대암각화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꾸어야 한다. 근시안적 안목에서 벗어나 멀리 크게 봐야 한다. 무엇이 더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인지 심사숙고하게 재검토하고 다가올 미래에 준비해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카이네틱댐은 약 7천년을 이어온 자연 문화유산을 한 순간에 투명 감옥으로 가두는 형국이다. 만약 이를 외국 관광객이 본다면 무엇라고 하겠는가.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나라가 물 문제 하나를 해결하지 못해 물막이 방패 막으로 보물을 가려 놓는다면 국가의 체면과 격은 세계적 조롱거리가 될 것이다.

반대로 댐 수위를 대폭 낮추거나 아예 댐 자체를 헐어낸 뒤 수장된 신비의 선사계곡을 되찾고 일대를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선사대공원으로 조성한다면 찬사와 함께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다. 더 나아가 이는 미래 울산시민은 물론 우리 후손들에게는 자긍심이 될 것이며 영구불변의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를 낳을 것이다.

‘오늘날은 문화의 시대다. 오천년 역사 동안 문화와 예술을 숭상해온 우리 민족에게 문화의 시대가 갖는 함의는 크다.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각석은 인류문명사의 시원이며 배꼽이다. 현대문명에 찌든 우리들에게 선사문화는 무한한 영감과 상상력을 제공한다. 이러한 소중한 문화유산의 보존과 사랑은 국민의 몫이다’ 반구대포럼 창립취지문의 일부 내용이다. 필자는 문화재의 역사적·문화적·경제적 가치를 무시한 임시방편적인 카이네틱댐 설치를 반대한다.

<김종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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