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울산경제
위기의 울산경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8.2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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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장사하다 요즘처럼 불경기는 처음이다. IMF나 금융위기 때도 그렇지 않았다. 예전엔 하루 벌어 먹고 살았지만 요즘엔 하루 벌어서 못 먹고 살 정도다”

신정동에서 30년째 돼지국밥집을 해오고 있는 늙수레한 사장님의 말이다. 평생 살아오면서 장사로는 산전수전공중전까지 다 겪은 이 사장님의 말은 지역 서민경제가 얼마나 어려운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삼산동에서 8년째 호두과자 노점상을 하고 있는 A씨는 “불경기도 문제지만 인심이 각박해 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예전엔 오가는 손님들이 자판기 커피라도 주고 갔지만 올해 들어서는 인사치레도 없다”며 “예전엔 어려워도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요즘은 이런 기대마저 갖기 어려운 것같다”고 말했다.

사실 울산경기는 IMF 때나 금융위기 때나 그리 심각하지 않았다. 국가가 어려웠지 울산에선 그래도 먹고 살만 했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주력산업이 지속성장세에 있었기 때문에 근로자들의 임금도 많이 올랐고, 인상된 임금은 서민경제로 흘러 들어가 식당, 술집, 학원 등이 잘 됐다. 예전엔 울산에선 뭘 해도 먹고 살만 하다는 말이 돌았다.

그런데 요즘은 울산에선 뭘 해도 망하기 십상이라는 말이 돈다. 지금 당장이야 크게 심각성을 못느끼고 있지만, 기대심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노점상 A씨의 한탄이 앞으로 울산경제 상황일 것같아 우려스럽다. 울산경제에 대한 비관론은 시민사회에서부터 퍼지고 있다.

울산경제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이는 일시적인 위기가 아니라 장기적인 위기감이라는 게 예전과 다른 심각함이다. 지금까진 허리띠를 졸라맸다 풀었다를 반복했지만, 지금은 졸라맨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다.

이러한 위기감은 기업으로부터 온다. 울산의 주력산업인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삼각편대 중 어느 한 곳도 좋은 전망이 나오지 않고 있다.

지역 최대 산업인 석유화학은 사태가 심각하다. 원유를 무한대로 생산하고 있는 사우디 등이 석유를 정제하거나 기초유분을 만들어 가격을 파괴하고 있다. 또 중국이나 미국 등은 셰일가스로 석유화학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의 현실이 석유화학산업에서 타격이 심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조선산업은 어떤가? 현대중공업은 수주 전량을 외국선사들로부터 하고 있다. 국내 수주는 국방사업을 제외하면 상선부문에선 정말 가뭄에 콩나듯이 한다. 이에 반해 중국은 자체 발주만으로도 조선산업을 육성시킬 수 있다. 여기에 기술까지 확보하면 가격 경쟁력은 충격적이다. 또 다시 일본이나 유럽이 조선산업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1척 이라도 더 수주해야 하는데 영업환경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은 불문가지다.

지금 잘 나가는 자동차 산업은 중국의 추격과 선진국 메이커들의 공세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앞으로 친환경차 시대가 오면 현대차는 살아남겠지만 지역 자동차 부품산업은 절반 가까이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2만개 부품이 들어가는 완성차가 5천개 부품의 전기차로 전환된다고 생각해 보라. 엔진과 배기계통은 근근히 연명할 것이다.

울산경제의 위기감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위기감을 잘 못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에서는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데 근로자들은 ‘그래도 여태까지 잘 해왔지 않느냐’며 딴청이다. A기업 관계자는 “정말 곧 죽겠는데 아무리 말을 해도 몰라 준다”며 “기업을 한다는 건 정말 인내와 애국심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달 전 현대차·현대중공업 노조가 파업을 한다며 분위기를 잡고 있을 때 한 말이었다.

< 정인준 취재1부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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