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경적을 함부로 울리지 말자
자동차 경적을 함부로 울리지 말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7.22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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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0년 전, 더운 여름에 뉴욕에서 있었던 일이다. 유명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있는 맨해튼 섬의 100가(街) 근처(여기서부터 위험한 동네가 시작됨) 사거리에서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앞 차가 출발하지 않으니까 뒤에 있던 차가 성급하게 경적(클랙슨 klax

-on, 울산말로는 크락숀)을 울렸다. 다시 ‘빵~ 빵~ 빵~ ’성질을 부리듯이 경적을 울려도 차가 출발하지 않았다. 앞차의 운전자는 무엇을 찾는 것 같았다. 그러고서 건장한 체격의 흑인이 문을 열고 내렸다. 손에는 권총이 들려 있었다. 천천히 걸어서 뒤차의 운전석 앞 유리로 오더니 손에 들고 있던 권총으로 운전자를 향해 쏘았다. 그리고 유유히 걸어서 자기 차로 가더니 아직도 파란 불이 켜져 있는 사거리를 지나 멀리 사라져 갔다. 아직도 그가 잡혔다는 소리를 못 들었다.

경적을 울렸던 차 뒤에도 여러 대의 차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무도 내리지 않았고, 길가의 사람들도 총소리를 들었을 터인데 경찰을 부르는 소리 하나 나지 않았다. 죽은 사람은 여자였다. 성급한 여자는 저 세상으로 성급하게 갔다. 이 여자 바로 뒤의 차에 한국 사람이 타고 있어서 불행한 사고 과정을 처음부터 목격하였다.

자동차 경적은 함부로 울리는 것이 아니다. 특히, ‘울산’하면 우리나라 자동차 생산의 메카로서의 긍지가 있어서 가장 모범적인 자동차 문화를 만들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성질 급하게 자동차 경적을 함부로 울린다. 도로에서 주행 중에 경적을 울리는 것은 ‘지금 제 차가 가고 있으니 조심, 경계하세요’이다. 이것도 특별한 경우 앞질러 가야 할 경우이다. 울산에서 상당수의 버스는 앞에 가는 승용차가 조금 늦어도 큰 경적 소리를 마구 울려댄다. 여자 운전자들은 깜짝 깜짝 놀라기도 한다. 승용차끼리도 마구 경적을 울린다.

경적은 야간, 특히 주택가에서는 울려서는 안 된다. 주민들의 조용한 저녁시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아파트 단지에서는 주간에도 울려서는 안 된다. 경적 소리가 메아리 효과를 내어 여러 동을 시끄럽게 한다. 조금 기다려주는 것이 주민들에 대한 예의이다.

경적은 학교 근처, 대학 같으면 학교 구내에서 울리면 안 된다. 수업에 방해가 된다. 하긴 대학의 교수와 그 부인들도 앞 차가 조금만 지체되어도 경적을 울려댄다. 당장 고쳐야 할 자동차 운행 습관이다. 교양이 상당히 부족한 행동이다.

외국의 경우, 조금 경제가 앞서 간다는 나라, 국민 교양이 높은 나라, 굳이 이름을 밝히지 않는 나라에서는 좀처럼 앞차에 대해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 한국 관광객을 태우고 외국의 어느 시내를 가던 버스가 앞 차 때문에 기다리게 되었다. 이유는 신호를 대기하던 버스 앞의 무개차(無蓋車)에 젊은 두 남녀가 키스를 하면서 미쳐 신호를 못 보고 있었다. 운전석 옆에 앉아있던 한국 사람이 경적을 울리라고 했더니, ‘저들의 행복한 시간을 방해하기 싫다. 조금만 기다리자’며 빙긋이 웃었다.

요즈음 같이 무더운 날, 신호가 바뀌었는데 앞차가 한 3초 출발이 늦다고 경적을 울려대면 정말 화가 난다. 특히 울산의 ‘욱’하는 성질이 많은 고장에서는 느긋한 마음이 필요하다. 다만, 여행 가방을 메고 큰 길을 향해 골목길을 걸어 갈 때, 뒤에 오던 택시가 짧게 ‘빵’하는 소리는 들어줄만한 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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