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회-5. 부왕의 죽음(13)
61회-5. 부왕의 죽음(13)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8.26 20: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며칠 낮밤을 골똘히 생각했다. 생각을 하고 또 하는 시간 그는 외로웠다. 그는 마침내 부왕의 유언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이 나라에서는 순장을 금하도록 하게 하라. 먼 날 내가 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결코 시종을 함께 묻지 마라! 나의 무덤에 함께 묻힐 사람들을 이 나라를 지키는 데 쓰게 하라. 한 사람이라도 더 창과 칼을 들고 성을 지키고 침입하는 적과 맞서 싸우게 하여 이 나라를 만세에 전하라.’라고 하셨다.

나라를 아끼고 백성을 사랑하는 그 지고지순한 뜻을 누가 거역할 수 있단 말인가? 부왕께서 지하에 가셔서도 이 나라의 안위와 이 나라의 온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한결 같을 것인 즉 한 사람도 걱정하지 말고 한 사람의 백성도 주저하지 말고 나의 말을 따르라. 그것이 곧 우리가 사는 길이 될 것이다.

이 나라 거룩한 철의 시대를 열었고 머나먼 서역에까지 이 나라의 황금의 신비와 그 비법을 전한 부왕의 위대한 치적을 우리가 어찌 한시라도 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더 많은 철로 칼과 갑옷을 만들고 마구를 만들어 부왕의 곁에 두게 하라. 저 황금의 강가에서 가져와 밤을 새워 제련한 더 찬란한 황금으로 지고한 왕관과 보검을 만들어 부왕의 잠자리 곁에 두게 하라.”

진수라니 한기는 나라의 안녕을 위해서 순장을 주장하는 대신과 성주들에게 그렇게 말하여 그들의 주장을 잠재웠다.

진수라니는 부왕의 유택을 순장자를 없애는 대신에 더 많은 물건들을 묻게 했다. 그리고 둥글게 열 기(基)의 석실묘를 만들었다.

관이 놓이게 될 그 자리에 먼저 쇠도끼를 가득 깔았다. 그리고 그 위에 14 자루의 용봉문 환두대도를 놓았다. 환두대도 중에서 야로의 장인들이 석 달 동안 밤을 새워 금과 동 그리고 은으로 만어 황룡과 봉황이 서로 엉켜 춤을 추는 무늬를 새긴 화려한 손잡이가 달린 큰 칼은 제일 중앙에 넣었다.

금과 동의로 만든 말안장과 금귀고리 화살통, 10벌의 철제 판갑옷과 비늘갑옷은 왼쪽에 넣었다. 16벌의 투구, 7벌의 말투구, 3벌의 말갑옷과 말안장 장식, 허리띠는 오른 쪽에 넣었다.

옥전에서 생산된 옥을 갈고 닦아 광택을 낸 2000개의 구슬과 서역의 상인들이 금을 구하러 오면서 가져왔던 유리그릇(로만 그라스)은 좌우 머리맡에 두었다.

석 달이 넘도록 전국의 장인들과 백성들이 동원되어 마련된 석곽 앞에 진수라니가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 뒤에 다섯 왕자가 무릎을 굻고 앉고 그 뒤에 상수위와 이수위 그리고 대신들, 성주와 군장들이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이 나라를 주시고 이 나라를 화복을 내리시고 다스리는 정견모주의 가야 산신과 토지신이시여 오늘 가야 다라국 진패주왕이 유택으로 드시는 것을 허락하여 주소서.”

진수라니는 절하고 독축했다.

그리고 다시 세 번 절하고 고개를 숙이자 다섯 왕자와 대신들, 성주들이 세 번 절하고 머리를 땅에 대고 엎드렸다. 진수라니가 자리에서 일어나고 뒤이어 왕자들과 대신 성주들이 일어나서 뒤로 물러났다.

글=이충호/그림=황효주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