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회-5. 부왕의 죽음(12)
60회-5. 부왕의 죽음(12)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8.25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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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수라니의 부왕인 진패주왕이 왕위를 이어받고 그 선왕이 돌아갔을 때 왕은 장례를 성대하게 치렀다. 맹주국인 가라(대가야)국의 예장 법을 본받아 그대로 장례를 엄수했다. 선왕을 모실 큰 터를 잡고 백성들을 동원하여 터를 닦고 심산유곡에서 돌을 날라왔다. 돌을 깨고 돌을 다듬는 데만 두 달이 넘게 걸렸다.

순장자의 명단을 글로 적어서 그들에게 죽음을 준비하게 하였다. 그 장엄했던 장례의식과 절차를 행했다. 거대한 봉분을 돌아보며 부왕은 흡족해 했다. 그러나 40년이 흐른 지금 부왕은 자신의 장례에선 스스로 순장을 금하게 하였다.

무엇이 나라를 위한 길이고, 무엇이 진정 백성을 위한 길인가를 생각하였을까?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을 부왕은 말했다. 진수라니 자신도 처음에 부왕의 말이 이해되지 못했다. 부왕의 말대로 하는 것은 불효가 될 것이며 나라에 액을 불러오는 일이 될지 모른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래서 부왕에게 그 부당함을 사뢰었다. 그러나 부왕은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그것은 부왕의 확고부동한 생각인 것 같았다.

부왕은 순장을 금하게 하였다. 일찍이 자신이 왕자였던 시절 신라에 사신으로 갔을 때, 신라의 곳곳을 둘러보고 그곳의 문물을 익히면서 순장을 금하는 것을 감명 깊게 느꼈기 때문일 것 같기도 했다. 부왕은 순장을 금할 것을 말했다.

그러나 막상 부왕이 승하하였을 때 순장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순장은 사후에도 현세와 똑같은 군왕의 삶을 계속하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후에 전하를 받들어 모실 사람을 전하와 함께 보내지 않는다면 내세에 전하를 보살펴 모실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이 나라를 오래 다스리시고 만백성을 온화하게 보살피고 태평성대의 연연을 가가호호 주시었던 성왕 전하를 어찌 홀로 보내신다는 말입니까?”

상수위 아사비가 제일 먼저 반대했다.

“성왕 전하를 홀로 보내시는 것은 우리가 죄를 짓는 것이 되어 재앙을 받게 될 것이며 질병과 외침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이 나라가 건국 이래로 태평성대를 누렸던 것은 선대왕을 잘 모셨기 때문인데 전하의 내세를 소홀히 하여 불편하게 한다면 반드시 우리에게 화를 내릴 것이온데 그 일을 어찌 담당하려 하시옵니까? 생전에 전하를 모시던 사람을 전하의 유택에 함께 묻는 것이 영면하신 전하의 권위를 더 높일 것이며 이 나라의 권위 또한 더 높이게 될 것입니다.”

이수위 무도치조차도 그 화근을 우려하여 순장 폐지를 반대했다.

일부 성주들은 순장을 없애면 지하의 선왕들이 노하여 반드시 국운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말하며 반대하였다.

진수라니 한기는 처음 부왕이 승하한 후 상수위에게 그 뜻을 밝혔을 때 여러 반대하는 의견이 있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부왕의 유언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대신들의 주장대로 부왕의 시종들을 함께 묻어 백성의 원망을 피할 것인가를 생각했다.

만약에 부왕의 사후 나라에 국운이 기우는 일이라도 있게 되면 또 갈등이 있게 될 것은 아닌가? 그것으로 인해 나라가 시끄럽게 되는 것은 아닐까?

글=이충호/그림=황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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