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즈의‘순리’
비틀즈의‘순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8.2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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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명한 팝의 전설 비틀즈가 있다. 지난 5월 말경 잠실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인 비틀즈의 멤버 ‘폴 매카트니’의 공연이다. 아쉽게도 건강상의 문제로 취소됐는데 올해 그의 나이는 72세다.

그는 재작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즉위 60주년을 기념해 버킹엄궁전에서 열렸던 쥬빌리 콘서트에서 목 놓아 노래 부른 적이 있다. 안타깝게도 이때부터 더 이상 옛날보다 고음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잔잔하게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면서 마음에서 뿜어 나오는 그의 히트송 ‘렛잇비(Let it be)’는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놀라운 건, 최후의 걸작인 그 노래에 ‘심오한’ 내용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폴의 어머니는 46세의 젊은 나이로 이 세상을 떠났다. 그는 너무나 큰 충격으로 방황하게 됐는데 ‘기타’악기를 만남으로써 어지러운 그의 마음을 간신히 달랠 수 있었다. 기껏 그의 나이 14살 때다. 잠깐 그 곡을 차분히 들어보자.

/내가 근심의 시기에 처해 있을 때 /어머니 메리(Mother Mary)는 내게 다가와 /지혜의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냥 순리대로 살아라!(Let it be)/암흑의 시간 중에도/ …. (‘Let it be’ 중에서)

이렇게 ‘렛잇비’를 41번이나 반복하면서 만인들에게 외치고 있다. 그가 그룹활동을 하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매우 지쳐있던 시기에 만든 곡이라 그만큼 반향이 높다.

“어느 날 침대에 누워 요즘 상황을 생각해 봤는데,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가 복잡했어요. 그렇게 잠이 들다가 꿈 속에 어머니가 나타나셨는데 정말로 기뻤어요. 그리고 나에게 새로운 힘을 불어 넣어 주셨어요. ‘렛잇비’라고 충고하면서요…” 라고 작곡의 배경을 회상한다.

아마도 그 충고의 말은 ‘괜히 이런 저런 일에 맞서 싸우지 말고, 마음을 편하게 먹고 그저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기면 모든 일이 알아서 해결된다’는 뜻일 것이다. 어머니가 꿈 속에서 들려주신 이 말은 아들 폴에게 너무나도 소중하고 귀하게 다가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큰 용기를 주려했던 곡일 것이다.

이 가사에 등장하는 ‘Mother Ma ry’란 인물은 ‘성모마리아’를 지칭하는 경우도 있고, 실제 폴의 어머니 ‘메리’를 직접 가리키는 경우도 있다.

비틀즈의 50년 음악인생은 끊임없이 번득이는 창조적 영감일 텐데, 특히 ‘렛잇비’는 초월명상에 기인하는 것 같다. 이 명상은 불교에 근본을 두고 있어 불교적 사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선지식 법정은 ‘삶’에 대해 다음과 같이 법문한다.

“하나도 버릴 것 없는 세상입니다. /즐거움은 즐거움대로 괴로움은 괴로움대로 /인연따라 온 것 인연따라 마음 열어 받아들이면 그만입니다. /그렇게 가만히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면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네 기막힌 삶입니다.”(‘버릴 것도 없고 잡을 것도 없다’ 중에서). 바로 ‘순리’의 본질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성경의 소중한 이야기도 보태자.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렛잇비’의 표현에 대해 냉철히 분석하고 있다. 루가복음에 있는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뤄지기를 바랍니다’의 구절은 ‘당신의 뜻대로 이뤄지게 하소서’라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한다.

어디까지나 ‘렛잇비’는 ‘내버려 둬라’고 하는 포기나 외면의 뜻이 아니다. 새로운 차원에서의 희망이며 하느님에게 의지하라는 뜻일 것이다. 이것 또한 ‘순리’의 원리가 아닐 수 없다.

동서양의 사상이 혼재돼 있는 비틀즈의 ‘렛잇비’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의 삶이란 억지로 되지 않는 법이다. 세상의 이치대로 세상의 ‘순리’에 따라 맡겨 두는 것이야말로 중요할 것이다.

<김원호 울산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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