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이라는 그 이름 ‘비바 파파’
존경이라는 그 이름 ‘비바 파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8.17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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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했다. 격식을 따지지 않기로 유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간미 넘치는 모습 그대로였다. 온아한 미소와 소탈하고 소박한 모습은 존재만으로도 보는 이들에게 존경을 자아냈다. 실제로 로마 교황청 부근의 시내거리에는 그를 묘사한 흰색망토의 슈퍼맨 벽화가 등장했는데 오른쪽 주먹을 쭉 뻗고 왼손에는 교황이 강조하는 ‘VALORES(가치)’란 단어가 적혀있는 가방을 들고 하늘을 날고 있는데 왜 그런 벽화가 등장했는지 그의 모습을 접하는 순간 알 것 같았다.

편의나 특권을 내려놓고 낮은 곳으로 향하는 그의 행보는 많은 이들의 귀감이다. 이번 방한에서도 방탄차가 아닌 한국에서 생산된 작은 차를 준비해 달라고 했단다. 전용헬기 대신 KTX로 이동하고 카퍼레이드 도중 차에서 내려 단원고 희생자 김유민양의 아버지인 김영오씨의 손을 잡고 위로하는 장면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수시로 차를 세워 10여명의 아이에게 입을 맞추며 미소지었고 가슴에 새길 수 있는 울림 있는 말씀들을 전했다. 이런 장면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그야말로 따뜻한 위로가 되는 듯 했다.

그의 방한소식을 각종매체를 통해 전해 들으면서 많은 장면들이 함께 떠오름과 동시에 우리의 모습과 비교돼 오버랩 됐다.

불과 4개월 전 우리는 우리에게 닥친 세월호 참사를 통해 국민적 충격과 슬픔을 격은 바 있고 그것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우왕좌왕 했던 정부의 대처와 화면에 수시로 출연하던 무능한 장관들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특정소수의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구하는 일보다 의전이 너무나 소중해 구조현장에 쓰여져야 할 헬기를 해경청장님 ‘모시는’ 데 이용했고 교육부 장관이라는 노란 잠바 입은 분은 식음전폐한 희생자 가족들을 뒤로 하고 보좌관들이 준비해준 각 잡힌 팔걸이 의자에 앉아 맛있게 컵라면을 ‘드셨다’.

이제 그분들 다 사퇴하고 해경도 해체됐고 이 모든 일이 한 사람의 책임인 양 소란 떨다 결국 그분도 유골로 발견 됐다하니 일단은 그렇게 믿어야 하고 받아들여야 하고 기억 속에서 이제 그만 지우기만 하면 될 텐데 그건 아무래도 힘들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지우기에는 너무 많은 상황들을 보여줬고 또 일어났고 앞으로도 남은 우리는 이 나라에 숨쉬고 살아가야 할 테니 말이다.

세상 살다보면 존경할 사람도 위안이 돼 줄 사람도 생각보다 없다. 얼마 전 작업실로 제자들이 찾아왔다. 대학 4학년이지만 아직 진로가 결정된 것도 아니라 막연하고 갑갑하기만 한 이 길이 많이 힘들었는지 두렵고 간절한 눈빛이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아이들의 얘기를 경청하고 다각도의 가능성에 대해 하나하나 대화를 나눴는데 신기하게도 그렇게 하는 과정만으로도 아이들은 스스로의 방향을 잡아가는 듯 했다.

마음의 위안이 된다는 것은 명확한 답을 바라는 게 아닐 것이다. 힘듦을 알아주고 들어주고 쓰다듬어 주고 나의 일과 같이 공감해 달라는 외침일 것이다.

희망의 씨앗을 밟아버리는 자, 타인의 슬픔보다 자신의 편의나 특권이 우선순위인 자들이 이른바 리더의 자리 언저리에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우리를 갑갑하고 한숨 짓게 만드는가.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의 역할을 강조하고 물질과 권력에 물들어가는 사회 현실을 지적하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야 사랑의 마음이 싹튼다 했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강조하며 사랑의 메시지를 전했는데 우리사회는 참으로 다양한 곳에 ‘비바 파파(Viva Papa)’가 필요한 것 같다.

<이하나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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