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찾는 용기
진실을 찾는 용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8.12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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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관념적으로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진실은 언젠가 밝혀질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세상에는 밝혀진 것보다 은폐된 진실이 훨씬 많다. 이유는 진실을 밝힐 용기가 없거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표현으로 ‘호떡집에 불났다’는 표현이 있다. 매우 분주하고 정신없는 상태를 은유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이 말의 유래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호떡이 임오군란때 민비의 요청으로 파병된 청나라 군대를 따라온 상인들에 의해 들어온 음식이니 이 말이 생긴 건 길게 잡아도 140년이 안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 역사에서 실제로 호떡집에 불이 난 사건이 있었다. 1931년 7월 중국 길림성 장춘현 만보산 지역에서 관개수로공사 중 조선인과 중국인 간의 벌어진 단순 폭력사태가 국내 언론에 왜곡 과장되게 전해지면서 국내 중국인에 대한 공격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중국인들의 가옥과 가게가 파손되고 130여명이 사망했으며 400여명이 다쳤다. 일본의 만주침략에 대해 중국인들이 저항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을 두고 일본 영사가 ‘중국인 농민이 한국인 농민을 살해 한다’는 조작된 정보를 제공하자 조선일보가 이 사건을 호외로 보도하면서 국내에 반중국 정서가 퍼졌고 많은 화교들이 피해를 입는 결과로 나타났다.

필자에게 이 사건을 떠올리게 한 것은 얼마 전 세월호 유가족들이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광화문광장에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유가족들이 요구하지도 않은 ‘의사자 지정, 단원고 특별전형 실시’ 등을 문제 삼아 폭력을 행사했을 때다. 또 한 신문에 ‘세월호 특별법’을 유가족의 평생노후 보장법이라며 어버이연합이라는 단체가 출처불명의 흑색선전 광고를 실은적 있다.

세월호 농성장을 습격한 사람들은 우리의 이웃 할아버지들이나 동네에 모여 수다 떠는 동네 아주머니들이다. 아주 일상적인 우리의 이웃이고 우리사회의 소시민들이다. 그런 그들이 이런 이탈적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왜곡된 정보에 의한 자기 확신 때문이다.

이런 왜곡된 정보는 사회적 약자들의 연대를 막고 지배세력의 의도대로 움직이게 한다. 때문에 사회의 다양한 정보에 대해 가려들을 능력도 키워야겠지만 꽉 막힌 사회에서 진실을 전할 용기도 필요하다. 최근 28사단 의무부대에서 발생한 구타사망사건도 용기 있는 한 병사가 진실을 밝히면서 묻힐 뻔한 사건이 사회에 알려지고 군대내 폭력문제가 다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세월호 특별법으로 다시 돌아가 보면, 이 법의 핵심은 세월호의 진실을 알기 위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자는 것이다. 하지만 여야 원내대표들이 모여 유가족들이 요구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제외한 상태에서 특별법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하였다. 수사권과 기소권은 현행 특별검사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지명하는 특별검사를 통해 밝혀질 수 있는 진실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세월호 침몰과정에서 컨트롤 타워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피조사기관에 청와대가 포함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더욱 진실에 접근하기는 어렵다.

진실을 모르고 거짓말에 속아 피해자가 될 것인지 진실을 밝히고 그 진실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계기를 만들 것인가는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갈림길이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가 달라져야 한다고 했지만 아직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변화의 시작은 진실을 찾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때문에 지금은 진실을 찾기 위한 용기를 가져야 할 때이다.

<권필상 울산시민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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