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교육청의 청풍양수를 희망하며
시교육청의 청풍양수를 희망하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8.11 20: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에서 청백리로 가장 유명한 이는 명나라 때의 관리였던 우겸(于謙·1398~1457)이다.

그는 23세의 나이에 진사시험에 일등으로 합격해 지방관으로 근무하면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백성들의 하소연을 제 식구의 말처럼 들어주고 청렴하고 소신있는 판단으로 일관되게 직무를 수행해 ‘우청천’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강소성(江蘇省)과 절강성(浙江省)을 아우른 양성(兩省)의 순무(巡撫)로 있을 때에는 백성들을 잘 보살펴 백성들이 부모처럼 떠받들어 “하늘이 은혜로운 관리를 보내시어 양성을 도우시네(天遣恩官拯二方)” 라는 노래가 퍼질 정도였다.

명나라는 중기 이후로 관리들이 점점 부패하면서 지방관리가 수도로 올라갈 때 재물과 그 지방의 특산물을 잔뜩 가지고 가서 권문세가에게 잘 바치는 풍조가 만연하게 됐다. 당시 북경에는 황제의 총애를 등에 업고 세도를 부리던 왕진이라는 환관이 있었는데 그에게로 온갖 뇌물과 부정부패가 잇따랐다. 다른 지방관들은 북경으로 올라가면서 수레마다 백성들로부터 긁어모은 재물과 특산물을 잔뜩 싣고 올라갔지만 우겸은 수도로 올라갈 때마다 빈손이었다. 보다 못한 친구들이 금은보화는 그만두고서라도 지방의 특산물이라도 가지고 가야할 것 아니냐고 하자 우겸은 태연히 이렇게 말했다.

淸風兩袖朝天去 청풍양수조천거(두 소매에 바람만 넣고 천자를 뵈러 가서) / 免得閭閻話短長 면득여염화단장(백성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일은 면하리라.)

나중에 그의 벼슬은 병부시랑(국방부 차관)을 거쳐 병부상서(국방부장관)에 이르러 몽고족으로부터 북경을 지키는데 큰 공을 세우지만 모함으로 인해 반역죄를 쓰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된다.

그가 죽을 때 하늘도 슬퍼했는지 흙비까지 내렸다고 한다. 모함꾼들은 그가 높은 벼슬에 있었으니 분명히 축재를 했을 것이라고 떠들며 집을 뒤졌으나 돈 나가는 것이 없었다. 다만 그의 집에서 큰 자물쇠로 채워진 곳간이 발견돼 열어보니 황제가 선물한 칼과 옷 몇 가지가 들어있었을 뿐이라고 한다. 그 후 뇌물 대신 바람을 소매에 넣고 간다는 ‘청풍양수’란 말은 청렴한 공직자를 비유하는 말로 쓰이게 됐다.

요즘 울산교육청의 부정부패와 관련된 소식이 뉴스에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금요일(8일) MBC방송의 ‘돌직구 40’에서 보도된 ‘그들만의 공생’이라는 심층취재는 우리에게 큰 충격을 던져줬다. 두달 넘게 지속된 학교 공사 비리와 관련한 검찰의 수사 결과 시교육청 및 지역교육청의 공무원 3명, 교육감의 사촌동생 2명, 업자 등 모두 6명이 구속됐으며, 현금으로 오고간 뇌물이 교육감 선거자금 등에 흘러갔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보도는 안타까움과 한숨을 넘어 분노까지 치밀어 오르게 하기에 충분했다.

초·중·고 단위 학교와 교육청 산하의 각종 공사 추진과정에서 생기는 부조리를 예방하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학교시설단’을 조직해 통합 운영함으로써 비리와 부실공사를 예방하겠다는 교육감의 선거공약이 오히려 더 큰 도둑을 만든 꼴이 돼 버렸으니… 할말을 잃는다. 민선교육감으로 당선돼 교육청의 수장이 됐던 전임 교육감 모두가 부정과 부조리로 중도에 물러나 버린 부끄러운 울산교육청의 대물림이 또 다시 반복되는 것이 아닌지 한탄스러울 따름이다.

자신이 공약으로 설치한 학교시설단의 총체적인 비리에 대해서 몰랐다고 한다면 그야말로 ‘무능함’을 여지없이 드러낸 셈이고, 그렇지 않다면 검찰 수사를 통해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함’을 증명해 보이지 못한다면 울산시민 뿐만 아니라 교육 현장의 외면을 받는 식물교육감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검찰에서도 이번 기회를 통해 먼지 하나까지 살펴보는 현미경수사를 통해 울산 교육청의 ‘청풍양수(淸風兩袖)’가 구현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김용진 화암초등학교 교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