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회-5. 부왕의 죽음(1)
49회-5. 부왕의 죽음(1)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8.07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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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바람이 불었다. 진수라니 한기가 일찍 어전 침소에 들러 부왕을 배알하고 있을 때 이수위 무도치가 들렀다.

“3천여 병력을 이끌고 다다라원(다대포)에 거의 석 달 동안이나 진을 치고 있던 신라의 이사부가 마침내 강을 건너 수나라(김해 일부지역)를 공격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아침 일찍 어전에 들른 이수위 무도치의 얼굴이 매우 어두워 보였다.

“설마설마 했는데 마침내 마각을 드러내고 말았단 말인가.”

진수라니 한기의 표정도 침울해 보였다. 부왕의 기력이 회복되지 않아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신라군이 남가라(가락국, 금관가야)를 침략했다는 소식은 진수라니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처음 신라군이 다다라원에 들어왔을 때부터 그 저의가 의심스러웠습니다만…….”

이수위는 말을 흐렸다.

“그땐 남쪽으로 확장하는 남부여 세력을 막기 위한 병력 시위로 보았지, 감히 낙동강 수제를 넘어 수나라 쪽으로 공격해 오리라곤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다들 그렇게 생각했던 것은 사실이옵니다.”

“어쩌면 이러한 일이 아라국 다국회의 때부터 예견되었던 일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라국 다국회의에서의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것이옵니까?”

이수위 무도치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왜국을 포함하는 다국 간의 연대로 자주적인 독립을 유지하려던 아라국왕의 의도는 남부여(백제)에 의해서 무산되지 않았던가. 남부여는 도리어 이 회의를 통해 자국 세력을 확대하는 계기를 삼았으니 말이다.”

“남부여가 그 회의 이후 세력 확장의 기회를 삼을 수 있었던 것은 돌이켜 보면 천운의 기회였다고 할 수 있지 않겠사옵니까?”

“그건 나도 동감이다. 천운이었다는 말이 과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고구려의 안장왕만 피살되지 않았더라도 남부여가 감히 아라국을 공격하지 못하였을 것이 아니옵니까?”

이수위의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

“고구려에서 정변으로 안장왕이 피살되어 나라가 어수선하였고 같은 시기에 왜국은 왜국대로 천황과 태자, 황자가 모두 피살되어 정국이 어지러운 상태였으니 말이다. 백제는 바로 이 천운의 기회를 이용하여 아라국을 공격하여 걸탁성을 빼앗지 않았던가. 뿐만 아니라 아라국에서 왜국의 세력을 몰아내는 계기로 삼아 왜신관에 머물고 있던 왜사신 게누노오미와 그 일행마저도 탁순국(칭원가야)으로 쫓아내었으니 말이다.”

진수라니 한기는 이수위를 쳐다보며 말했다.

“결국 남부여가 아라국(함안가야)으로 진출한 것이 신라를 자극한 요인이 되었단 말씀이 아니옵니까?”

“자명한 일이지 않나. 남부여가 상하기문국을 수중에 넣고 남진하여 아라국에까지 세력을 뻗쳐온 것이 결국 신라를 불러들인 결과가 된 것이 아닌가.”

글=이충호/그림=황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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